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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초밥을 빚은 열정, 장인의 순수함 고스란히…

더큰그림 2017. 9. 25. 15:10

60년간 초밥을 빚은 열정, 장인의 순수함 고스란히…

 

“얼마나 돈을 버는지는 관심 없어요. 최고의 재료를 구해 요리하는 게 장인입니다.

높은 경지에 오르고 더 발전하길 바랄 뿐입니다. 정상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27일 개봉하는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은 요리사 지로 오노(85)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지로의 이력은 화려하다. 요리를 대하는 자세도 장인답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극찬 받는 그의 실력 못지않게 인간미에 눈이 간다.

유머 있고 소박한 ‘지로 할아버지’의 스시(초밥)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본의 스시 장인 지로 오노(가운데)는 “스시의 생명은 조화”라며 “초로 맛을 낸 밥과 위에 얹는 재료의 일체감이 필수” 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미국 신예 감독 데이비드 겔브가 만든 첫 장편 다큐다.

인터뷰 사이사이에 먹음직스러운 초밥을 리듬감 있게 배치해 구미를 돋운다.

밝고 따듯한 화면은 초밥의 미감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참치·전어·새우·광어 등으로 정성 들여 만든 초밥이 관객을 유혹한다.

일본 음식을 다뤘지만 모차르트·차이콥스키 협주곡 등 서구 클래식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음악과 센스 있는 편집은 지루해지기 쉬운 다큐를 다채롭게 만든다.

 

지로는 일본 도쿄 긴자의 지하에서 ‘스키야바시 지로’라는 가게를 운영한다.


10명만 앉을 수 있는 작은 곳이다. 화장실도 바깥에 있다.

그럼에도 도쿄판 미슐랭 가이드가 발간된 2007년 이래 5년 연속 최고등급인 별 셋을 받았다.

 

음식 평론가 야마모토는 “지로의 초밥은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다”며,

“그의 초밥을 요약하면 단순함의 극치가 순수로 통했다고 할까요”라고 평한다.

 

지로의 인생 역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의 전형이다.

그는 9살 때부터 76년간 일했으며 이 중 60년을 초밥 만드는 데 바쳤다.

젊을 때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둘째 아들이 집에서 쉬는 지로를 보고 “엄마, 이상한 남자가 우리 집에서 자요”라고 했을 정도다.

 

그는 “기술을 익히기로 생각했다면 평생 노력하고 연마해야 한다”며 “종일 희열을 느낄 만큼 초밥 만드는 일이 좋다”고 말한다.

지로는 요즘도 꿈에서까지 초밥을 만든다. 85살이지만 은퇴할 생각이 없다.

 

그의 요리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데서 시작된다. 도쿄 쓰키지 어시장 상인들은 그에게 최상품을 공급한다.

최고의 참치 상인인 후지타는 손으로 질감을 확인하면 어떤 맛일지 감을 잡는다.

그는 열 마리당 하나 꼴로 존재하는 최상품을 산다. 이 시장 전체에 자연산 새우는 고작 3㎏에 불과할 만큼 귀하다.

한 상인은 “아침에 새우를 보면 ‘지로씨에게 드려야지’ 한다”고 전한다.

 

쌀 중개인은 ‘지로가 아니면 다루지 못할 쌀’을 공급한다.

‘그 쌀로 밥 짓는 법을 지로만 알기에’ 하이엇 호텔의 구매 의사도 거절했다.

 

지로는 이 쌀에 보통보다 강한 압력을 가해서 밥을 짓고 체온과 비슷하게 식힌다.

생선의 온도도 중요한데, 장인의 감으로 적당한 때를 가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밥을 누를 때는 ‘병아리 다루듯’ 해야 한다.

그는 초밥을 낼 때 성별에 따라 크기를 달리한다. 식사 속도를 맞춰주기 위해서다.

 

“살아남기 위해 사장이 걷어차거나 때려도 일했다”는 지로는 일본에서는 구세대이다.

그의 가게에서 일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힘들어서 하루 만에 그만둔 이도 있다.

처음 온 사람은 뜨거운 수건 짜기로 시작해 생선 자르기를 거쳐 10년이 지나야 달걀 요리를 할 수 있다.

한 제자는 달걀 요리 200개를 만들었는데 모두 퇴짜 맞았다.

 

지로는 요즘 점점 좋은 생선을 찾기가 어렵다고 걱정한다. 남획 때문이다.

참치가 100㎏이 되려면 10년이 걸리는데 저인망으로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

지로의 뒤를 이을 장남 요시카즈는 당부한다.

“장사를 하더라도 자원보전과 이윤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송은아 기자 [세계일보] 2012 09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