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만들기
“뭐라구?”
“아이들이 한꺼번에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차례대로 물어보라고 하면 되지?”
“아이 참!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한다니까요?”
“너도 하고 싶은 답변만 해주면 되잖아?”
“그게 아니죠? 애들은 자기한테만 관심 가져주길 원한다니까요?”
“그럼 일일이 대답해 주던가~”
“아빠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정신 차리면 되지?”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어봐요?”
“미생이구나?”
신입사원(?) 은지가 퇴근했습니다.
현관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시끄럽습니다.
아니! 이야기 보따리가 잔뜩 풀어 헤쳐지고 있습니다.
쏟아 붓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혼자서 이야기를 다 합니다.
가만히 듣기만 하는 고참인 아내의 진한 향기가 묻어납니다.
괜히 제가 끼어 듭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있었던 첫 시간 때부터의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저녁조차 집에서 먹지 못합니다.
매일 야근입니다.
‘선생님도 야근하냐?’니까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퇴근하냐?’고 오히려 핀잔을 줍니다.
‘집에 와서 밥 먹으면 너무 늦는다’고 빵 사먹고 왔답니다.
아내의 걱정이 들여다 보입니다.
마치 ‘저렇게까지는 아닌데~’하는 눈치입니다.
중간중간 아내의 코치가 삽입됩니다.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은지는 끊임없이 재잘(?)댑니다.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떠들었을 텐데 아직 힘이 남았나 봅니다.
언제까지 그럴지 아직은 모릅니다.
계속 미생으로 남을지 순식간에 엄마처럼 고참 대열에 합류할지~~~
지켜볼 따름입니다.
인격 만들기
사람은
고통, 슬픔, 기쁨, 회한, 증오, 사랑,
분노, 조바심, 집착, 죄책감, 억울함 등
수많은 감정을 겪으며 인격을 만들어간다.
양심이 깨어 있지 않으면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수많은 감정을 겪으면서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나약하며 후지며 아름답고 강한 인간인가를.
그리고 나뿐 아니라 타인의 인생을 깊이 이해하면서
연민을 갖게 된다.
- 하 명희의《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