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시간
“네가 만든 거야?”
“네!”
“잘 만들었는데?”
“틀에 그냥 부으면 되는 거예요”
“그래도 네가 부은 거잖아?”
“네!”
“어르신들 하고 같이?”
“네!”
“기술자 되겠는데?”
“그냥 아무나 하는 건데요?”
“그런 게 아니라~”
“화장실에 갖다 놓을 께요”
“기념품 아냐?”
“그냥 비누예요”
“@#$%^”
병은이가 ‘근무하는 곳에서 만들었다’면서 뭔가를 들고 왔습니다.
꽃 모양과 강아지 모양입니다.
비누랍니다.
어르신들 활동 시간에 함께 만들었는 모양입니다.
뭔가를 하면 나름 정성스럽게 하는 모습입니다.
‘틀에 부었다’고는 하나 깔끔하게 마무리 된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반응이 시큰둥하니 싱겁기만 합니다.
칭찬할 타이밍을 놓친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 귀엽던 기억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장성해서 이미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줄 아는데도 슬그머니 관심처럼 파고 들어갑니다.
곧바로 거부반응이 쏟아집니다.
단순한 대답이 그렇습니다.
‘뻔히 알면서 그런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느냐?’는 식입니다.
병은이의 근무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이 되어버린 출퇴근입니다.
출근하면 간단히 청소하고 어르신들이 오시기를 기다린답니다.
어르신들이 도착하면 모시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이동해서
그날 그날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일이랍니다.
식사도 같이 하고 특별활동 시간도 함께 하는 것이랍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도 계시고, 아예 뭐가 뭔지 모르시는 치매 어르신도 계신 모양입니다.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잘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하지만 대답은 늘 너무나도 단순합니다.
‘할만 해요’
‘싱겁기는~’
‘누구 닮아서 그래?’하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입니다.
저를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안 그랬는데~~~*^-^*
'지켜보는' 시간
톨스토이는
"아무리 사소한 선행이라도 거기에는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행동 못지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데에는 '지켜보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갖고 있는 진짜 가치와 그 사람만의 의미를 찾는 데에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앤 라모트의《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