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시간
“그쪽은 지금 몇 시인가요?”
“네?”
“아침 6시에서 몇 시까지 왔는가 생각해 보세요”
“글쎄요?”
“오후 2시쯤 되지 않았나요? 6시부터 2시까지니까~ 8시간 곱하기 7해보면~”
“아! 예~”
“나는 오후 3시입니다”
오후 내내 그 분이 하신 이야기가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어쩌면 만나지 못할 뻔 했습니다.
처음부터 여건이 삐끗하는가 싶더니 이내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왕 만나려면 빨리 만나자’는 전갈이 다시 왔습니다.
다행히 오전 중에 시간이 비어 있어 아침부터 서둘렀습니다.
소개라는 형식이지만 알고 나면 전혀 새로운 친분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지폐 두 장이 하나로 붙어 있는 것입니다.
두 장이 붙어 있어 자르면 그냥 두 배의 가치로 변하지만
붙은 채로 보관하면 가치가 점점 커져만 가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돈입니다.
마침 한류의 냉각으로 어려워진 살림(?)에 희망을 불어넣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야기 끝에 우리회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귀사의 성공비결이 뭐예요?’
‘네?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정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직]이라~’
‘넵! 저희 회장님께서 그렇게 경영하십니다’
‘우린 헛 살았네요. 다시 준비해야겠어요’
‘네? 지금까지 일구신 문화 외교관의 역할이 정말 크신데요?’
‘아녜요, 이야기 듣고 보니 우린 인생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분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한마디도 자랑이 없었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겸손 일색이셨습니다.
그런데 [정직]으로 회사를 경영한다는 이야기에 더욱 고개를 숙이시는 모습이십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경영방식인 것 같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은 묵상의 연결도구가 생긴 것 같습니다.
처음에 [김치를 디자인하는 남자]란 이야기부터가 그랬습니다.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다가 불모지 일본에 김치로 승부를 건 경상도 사나이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쯤은 재주가 있습니다.’
‘다만 학창시절에는 성적에 눌려 자신의 재주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장학금 수혜대상자를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주기로 했답니다.
‘왜 우등생만 밀어 줍니껴? 꼴찌도 밀어 주입시다.’
‘나처럼 공부 몬 해도 뭔가를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자고요’
‘그런데 장학금을 받고 보니, 누군가 자신을 주목하고 지원해 줬다는 것이 그렇게 크게 다가올 수 없더랍니다’
‘이전처럼 살지 않겠다’
‘내게 기회가 주어졌다 생각하며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려 한다’고 장학금을 받은 후배로부터 감사 편지가 왔답니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 사건이 되었답니다.
여전히 바쁜 일상 속에서 어려워진 일본시장을 오늘도 열심히 뛰어 다니실 것 같습니다.
좋은 만남이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못 만날 뻔 했습니다.
인생이란 시간
인생은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그 12시간에 곱하기 7을 하면 84가 되어 평균 수명이 됩니다.
나는 지금 몇 시에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2~3시가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이룰 것 다 이루고 돈도 있을 때인 인생의 후반기에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6시 이후는 불을 켜야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사는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 오 영석회장(김치를 디자인 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