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정원 디자인'을 할 때

더큰그림 2015. 4. 4. 13:49

“여기 물 줬어?

“우유 마실 때마다 주는데요?

“주려면 제대로 줘야지?
“너무 많이 주면 밑으로 흘러요”

“그래도 쬐끔씩 주면 안 된다니까~

“자주 주는데요?

“그렇게 주면 화분의 윗 부분만 적시는 것밖에 안 된다잖아?

“식물은 물을 제때 줘야 하는 거 아녜요?

“맞는데한번 주더라도 흠뻑 적셔줘야 한다니까~

“자주 주면 되는 거 아녜요?

“아니래두~

 

거실에 화분이 점점 작아집니다.

화분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자라니까 자연스럽게 화분이 작아 보입니다.

죽을 것 같았던 [산세베리아]도 키가 아주 커졌습니다.

[알로카시아]는 아예 화분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고무나무]는 여러 갈래로 잎이 나더니 이제는 화분 한 가득 입니다.

[천냥금]의 키가 제일 커졌습니다.

솔직히 아파트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영양분은 둘째치고 물이라도 제대로 적셔주어야 한다는 아내의 생각이 날마다 우유팩으로 물을 주게 했습니다.

약간 남은 우유에 물을 타서 주면 식물에게 큰 영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답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화분 밑으로 물이 줄줄 흘러 거실을 흥건히 적셨는데도 모른 채 며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바닥에 깐 나무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가 거실 바닥이 울퉁불퉁해질 지경입니다.

물을 줄 때는 화분을 확실하게 물에 담가야 한다는 사실을 수 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할꺼다’라고 늘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지냅니다.

할 수 없이 아내는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화분에 물을 주곤 했습니다.

 

잘못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자기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가르치려 합니다.

시골출신의 아내와 조경회사 출신의 제가 부딪힙니다.

부딪힌다기보다는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입니다.

 

사실은 장난을 치는 겁니다.*^-^*

장난이 지나치면 다툼으로 이어질 뻔하기도 합니다.

다툰다는 의미는 곧 침묵이 흐르는 것입니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정원 디자인'을 할 때

 

'이렇게 하자저렇게 하자'고 미리 작정하면 강압적 디자인이 됩니다.

'이런 것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야지하면

나중에 그 의도와 계산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런 자의적 태도를 버리고,

어떻게 해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만족할지 생각합니다.

그런 태도로 임하면 나중에 정원이 완성되었을 때에도

아무런 계산도 느껴지지 않는 매우 자연스러운 정원이 자리 잡게 됩니다.

 

마스노 슌모의《공생의 디자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