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는 노력
“쎄게 치라니까~”
“야! 죽여! 죽여!”
“어퍼컷! 어퍼컷!”
“왼쪽으로 왼쪽!”
“돌아 돌아! 피하란 말야!”
“허리 허리! 옆구리 찔러!”
“봐주지 말고 쎄게 치라니까~”
“가드(?)는 내리지 말고~”
“시간 얼마 안 남았어!”
“파이팅!”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멍하게 외치는 소리만 흘러갈 뿐입니다.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이놈 저놈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나갔다 합니다.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경기입니다.
‘군인으로서 정신력이 너무 약하다’고 도입된 엄청난(?) 경기였습니다.
처음에 경기를 했던 동기들이 너무 살살 하다가 교육관에게 된통 얻어맞은 뒤였습니다.
우연히 같은 대대 근무하는 동기와 경기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4전 5기의 홍수환 경기를 보면서 ‘죽여! 죽여!’ 했던 기억만 있었습니다.*^-^*
복싱 경기는 늘 죽여야(?) 이기는 경기처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직접 경기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전 연습도 없이 교육 훈련의 일환으로 복싱 특설 링이 설치되고,
[글로브] 낀 것은 이해되는데 [마우스 피스]까지 끼어야 했습니다.
경기만 보다가 난생 처음 직접 경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미 몇 차례 동기들의 앞 선 경기를 보았지만 ‘대충 살살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 전의 경기에서 너무 허술한 경기를 했다고 된통 두둘겨 맞는 광경을 목격한 직후에 경기가 펼쳐진 것입니다.
‘복싱은 이렇게 하는 거야!’
교육관의 주먹은 사정없이 다른 동기의 얼굴을 강타했고 링 위로 그냥 나뒹굴고야 말았습니다.
장난기 가득하던 모든 동기들이 일순간에 잠잠해졌습니다.
그래 봤자 어차피 3라운드 경기만 치르면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손에 [글로브]를 끼고 [마우스 피스]가 입에 물려졌습니다.
1라운드를 탐색하려던 안일한 생각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대대에 근무하는 동기의 일격이 그대로 안면을 강타하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휙 돌아가며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정신을 잃을 뻔 했습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펀치는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에라 모르겠다’ 허공을 내지르며 냅다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다행히(?) 상대방의 얼굴과 옆구리에 강타되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역시 휘청거립니다.
1라운드 3분이 그렇게 긴 줄을 정말 몰랐습니다.
아무리 ‘땡~’하고 울려야 할 공을 바라보아도 여전히 시간이 남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3라운드를 치렀는지 모릅니다.
‘헤롱헤롱’ 겨우 버티고 서 있는데 주심인 교육관이 저의 오른 손을 들어 올립니다.
‘헐!’
이겼습니다.
어쨌든 복싱 경기에서 1전1승 무패의 전적을 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복싱 경기를 보면서는 절대로 ‘죽여라! 살려라!’하지 않습니다.
그거 진짜 죽는 경기입니다.
무지무지 힘들었습니다.
연습을 해도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절대로 복싱은 안 할 것 같습니다.
최고가 되는 노력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말고 노력을 믿어라.
성실하라고 하는 건 너무 흔한 교훈이라 식상해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위치에 다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나름의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인생이란 단 한번을 살다가는 것뿐인데
허튼 짓 해가며 낭비하고 탈진할 틈이 없다.
영혼을 담아 치열하게 노력하길 바란다.
- 조 정래 (‘조정래의 시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