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손님이 덥다면 더운 거다

더큰그림 2015. 4. 14. 12:24

“아직 안 나왔다니까요”

“뭐가 안 나왔나요?

“아직 안 나온 사람 손 들어봐!

“몇 개죠?

“저기랑여기가 아직 안 나왔대잖아요”

 

“우리도 하는 만큼 하는데 이렇게 심하게 하면 정말 힘들어요”

“아니 그건 사장님 사정이고우린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그럼 손님 입장에서 그걸 이해하면서 불편해도 참아야 한단 말이 예요?

“시간 약속도 안 지켰잖아요?

“시간 늦은 것은 미안한데 그래서 서비스가 부실하면 말이 되요?

“다 서비스 했다는데요?

“아직 안 나왔다는 거 안 보이세요?

 

친구들끼리 산행을 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모이기만 하면 이야기 꽃이 벚꽃보다 만발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부부 동반입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산은 피하고 얕은 산으로 들놀이 가는 수준입니다.

언제나처럼 산행을 마치면 즐거운(?) 식사 시간이 기다립니다.

아니 사실은 산에서 이미 배부르게 잔뜩 먹었습니다.

간단한 행동식 정도만 준비하라 해도 엄청 많은 양의 먹거리로 풍성해집니다.

마치 각자 자랑이라도 하려는가 봅니다.

겨우 컵 라면 정도 챙긴 우리는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미 산에서 배가 불러 걷기도 쉽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마무리 식사는 늘 즐겁기만 합니다.

닭갈비가 유명하다 해서 특별히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맛 집을 골랐답니다.

길을 잘 못 들어서 예약했던 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한풀 빠져나간 시간이어서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서빙 하는 종업원이 한 명 뿐입니다.

정신 없이 서빙 하느라 주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친구들 모임에서는 진행 팀이 있어서 저는 언제나 말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진행 팀이 하는 대로 따라주는 것도 예의인 것 같습니다.

진행 팀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친구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 노력을 합니다.

결국 사장님을 불러오고따지는 과정에서 진행 팀과 사장님과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사장님이 오히려 화를 내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방에서는 종업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가 봅니다.

겨우 동포 종업원을 쓰고 있는데 그 종업원에게 진행 팀이 야단을 치니까 대뜸 대들고 나옵니다.

자기는 최선을 다해서 주문한 대로 전부 챙겼다고 오히려 바락바락 대듭니다.

울고 싶었는데 따귀 맞은 상황이 된 사장님이 꺼꾸로 우리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결국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화살은 진행 팀에게 날아갔습니다.

 

어리둥절 모두가 분위기만 망쳐진 상황에서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 팀은 수습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모처럼 즐거워야 할 산행이 왕창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화를 낸 진행 팀이나 대응하는 사장님과 종업원의 미묘한 모습들이 모두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닭갈비 집은 장사가 좀 되는가 봅니다.

 

‘에이~그래도 그렇지~

 

손님이 덥다면 더운 거다

 

손님이 덥다면 더운 거다.

손님이 한 말을 가볍게 지나치는 일을 나는 경계한다.

우리가 만든 매장이라 우리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매장을 잘되게 하는 건 만든 사람이 아니라 오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당연히 오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사고해야 하는 것이 맞다.

 

김 윤규의《청년장사꾼》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