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담긴 시선
“대학병원이라고 글씨가 크게 써 있는 거예요”
“뭐가?”
“오줌 받는 주머니래요”
“오줌을 왜 받아? 어디 아픈가?”
“그러게요, 그래서 하루 종일 오줌을 전부 받아야 한대요”
“그럼 받으라고 하면 되지?”
“그런 게 아니라, 오줌 마려울 때마다 집에 갔다 오겠다는 거예요”
“왜? 화장실 가서 받으면 되잖아?”
“게다가 그걸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잖아요~”
“학교에 냉장고 없어?”
“보건실이나 식당에 있는데 거기에 그걸 넣었다 뺐다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네~”
“하루 종일 들락날락 했어요”
“걔도 엄청 힘들었겠다”
“그런데 애가 개구장이여서 재미로 하는 것 같았어요”
“ㅋㅋ”
날마다 에피소드 천국입니다.
아이들과 실랑이 벌이는 이야기는 이제 한 물 건너갔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진답니다.
난데 없이 오줌 주머니 들고서 ‘냉장고에 보관운운~’ 할 때는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답니다.
교실에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업시간에도 수시로 집에 다녀와야 하는 아이를 그냥 바라만 봐야 했답니다.
다행히(?) 아주 많이 다녀오지는 않았답니다.
무관심한 듯 하던 병은이가 끼어 들어와서는 한마디 하는 바람에 또 뒤집어졌습니다.
‘한꺼번에 받으려고 엄청 참았나 보네~’
어쩌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 천국에 함께 들어가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자질 하는 아이부터, 때리고, 맞고, 울고, 장난치고,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른답니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아내는 시종일관 웃음만 짓습니다.
‘다 겪었던 일’이라는 듯이~~~
아니 ‘지금도 똑같이 겪고 있는 일’이라는 듯이~~~
‘조잘조잘’ 이야기 보따리가 끝이 없습니다.
듣다가 지쳐버립니다.
묻는 말에도 대답보다는 자기 이야기만 하는 은지를 보면 학교에서 할 말을 다 못했는가 봅니다.*^-^*
하루가 정신 없이 흘러가는데 병은이만 아주 태연스럽게 여유롭습니다.
천성이 그런가~~~
혼이 담긴 시선
하루하루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조차 모르고 삽니다.
표면만 보고 살기 때문입니다.
영혼 없이 일을 하고, 영혼 없이 사람을 만나니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것을 못 보거나 놓치고 맙니다.
혼을 담아야 비로소 제대로 보이고 뜨겁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 고 도원의《혼이 담긴 시선으로》'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