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교육받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더큰그림 2015. 4. 24. 15:26

"뭐라구뭐 뭐?"

"우리 반 애가 []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 뭔데?"

"[]이요, []”

"무슨 땜?"

"아이 참처음부터 들으셨어야지요"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

"아빠는우리 반 애가 손 들고 일어나서는 []하는데 웃음이 나오잖아요?"

"웃으면 되지?"

"아이참우리는 보통 []이라고 하지, []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소양강 땜?"

"그렇지요청평땜충주땜하잖아요?"

"그런데 뭐가 어때서?"

"우리 반 애는 계속 [소양강 댐]이요!라고 하지 뭐예요?"

"[효꽈] [효과]라고 발음하는 거네~"

"그래도 []이 맞지 않아요?"

"쓰기는 []이라 쓰고 읽기는 []이라고 읽는 거지!"

"그니까요!"

"선생님의 약자인 [] []이라 하는 거와 같은 거 아냐?"

"하여간 한참 웃었어요"

 

수업을 참관한 학부형들도 모두 웃었답니다.

처음으로 은지가 학부모 참관 수업을 마치고 온 날 한바탕 이야기 보따리가 풀립니다.

어렸을 때선생님이 '몰라도 손 들어라'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던 참이었습니다.

친구 녀석이 손을 번쩍 들어서 정작 선생님이 시키니까,

벌떡 일어나서는 모릅니다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보따리가 풀어헤쳐졌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수가 한창 높아 보입니다.

 

문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기 보다는습관하고 차이가 나면 일단은 웃음이 터집니다.

[]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이라고 발음한 기성세대가 참관하는 수업에서는 상황이 확 뒤집어졌는가 봅니다.

적어도 어른들의 머리 속에는 []이 지배적이었나 봅니다.

은지조차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라고 하니 어리둥절해진 모양입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웃기 시작하니 겉잡을 수 없는 혼란과 어수선함이 어우러졌나 봅니다.

수정을 해줄 수도 없고 결국 '?'하고 마무리 하려는데 계속‘[]’이라고 우기더랍니다.

 

요즘은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배워야 하는 시댑니다.

쓰기는 []이라고 쓰고 읽기는 []이라고 읽는다고 이야기 하려다가 말았답니다.

모처럼 자랑스럽게 발표한 어린이를 생각해 주어야겠다는 느낌이 들더랍니다.

 

'잘했다'고 칭찬하면서도 웬지 서먹한 분위기를 형언할 수 없었던 은지의 첫 학부모 참관 수업이었습니다.

 

교육받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교육을 받는 인간은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어디에서 유학 했는지가 교육 받은 인간의 지표였지만,

현대사회에서 지식은 바로 진부해지고 만다.

지금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

교육을 받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