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관계, 미움의 관계
“우리 집에서 제일 조용한 사람은 엄마 아냐?”
“나!”
“엉? 와~ 박수~”
“짝짝짝~”
“한마디로 완전 장악해 버리네?”
“그래서 교회에서두 병은이는 짱이예요”
“그런 것 같애!”
“오~ 오늘 이사하시나 보죠?”
“택배야!”
“또예요, 또!”
“어쩌다 한마디 하면 뒤집어지네?”
“그러게요”
온 식구가 은지네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이것 저것 교실을 꾸미는데 ‘부피가 큰 짐이 있다’고 해서 출동했습니다.
특별히 무겁거나 힘든 것은 아니지만 이것 저것 ‘옮겨달라’는 대로 짐꾼(?)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뿌듯한 기분으로 외식까지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처음 학기초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뭔가를 했다는 성취감에 한껏 부푼 은지가 재잘대며 차 안을 휘젓습니다.
재잘대는 은지를 보고 조용한 식구 이야기로 번졌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듣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병은이가 갑자기 한마디로 뒤집어 놓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조용한 사람?’
‘나!’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게 바로 ‘인정! 인정!’들어갑니다.
툭 던지는 말에 가뜩이나 시끄러운 차 안이 들썩이고 말았습니다.
아내까지 박수 치며 좋아라 합니다.
주차를 마치고 빈 박스를 어깨에 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병은이에게 은지가 말을 겁니다.
‘오늘 이사하시나 보죠?’
‘택배야!’
이래저래 오전부터 웬지 피곤하고 찌푸둥 하게 하루 종일 어수선했는데,
한껏 웃음보따리가 풀어졌습니다.
단 두 마디로 말입니다.
‘나!’
‘택배야!’
병은이가 보물입니다.
사랑의 관계, 미움의 관계
사랑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강한 정서다.
사랑의 관계는 혼자 끌고 가는 무모한 행동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이 잠잠해지고 조절되는 회복과 조화를 이루는 만남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오래된 격언처럼 말이다.
- 수잔 존슨의《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