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대'
“제수씨도 잘 있고?”
“제수씨라니? 형수님이지?”
“내가 형님이니까 제수가 맞지?”
“니가 무슨 형님이냐? 내가 형님이지?”
“제수씨한테 물어봐라? 내가 형님이지?”
“어쭈! 민쯩 깔래?”
“나 민쯩 안 갖고 다니는데?”
“야 임마! 운전면허증은 있을 꺼 아냐?”
“그런 거 나 몰라”*^-^*
“이게~”
언제나 만나면 서로 형님이라고 우기는 친구가 있습니다.
장난인줄 알면서도 맞장구 칩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는 의아해 합니다.
친구끼리 무슨 ‘형님! 아우!’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모양입니다.
어렸을 때는 나이를 속여서라도 ‘많다’고 우겼는데 요즘은 반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럼 내가 형님 한다’하면서 은근히 형님 행세하려는 친구가 나타납니다.
주먹다짐이 없어진 지 오래된 지라 다툼이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만나면 반갑다고 아우성만 있습니다.
예전에 잘 몰랐어도 동기들 모임에서는 무조건 ‘야~ 자!’합니다.
그래서 참 좋습니다.
그런데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의례껏 불러왔던 ‘제수씨’가 바로 문젭니다.
서로 ‘제수씨’라고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님! 아우!’ 문제로 번지는 것입니다.
사실 나이로 따지면 공부 못한 제가 당연히 형님입니다.*^-^*
재수도 모자라 삼수를 했으니 동기들보다 자연스럽게 나이를 더 먹고 말았습니다.
바로 밑에 동생과 같은 학번으로 어찌 보면 친구들의 폭이 엄청 넓어졌습니다.
원래 친구들은 그대로 친구이고, 새롭게 후배들(?)과 친구가 되었으니 어림잡아 두 배는 친구가 더 생겼습니다.
기분만 그렀습니다.*^-^*
그래도 만나면 장난치고 웃고 또 웃으며 즐겁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조정안이 나왔습니다.
동기들의 아내를 부를 때 서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부르기로 한 것입니다.
‘동수(同嫂)’
역시 친구이름 같지만 형수나 제수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동수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자꾸만 늘어갑니다.
진짜 나이 먹었나 봅니다.*^-^*
'중간지대'
중간지대는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공간과 시간이다.
좀 더 서두르라고 다그치는 대신 잘 타이르고 토닥인다.
허리도 펴고 마음도 펴고 다리도 두드리고 머리도 주물러준다.
나에게 이런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것.
누군가는 나를 보듬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 강 미영의《숨통 트기》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