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환경 탓이라는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더큰그림 2015. 6. 3. 09:25

“자원 했다구?”
“그렇다니까~”
“그럼 할 말 없네?”
“아냐~ 난 이런 줄 몰랐지”
“뭘 기대했는데?”
“기모노 입은 여인이 무릎을 꿇고 말이야, 수건 받쳐들고 ‘이럇쌰이 마세!’하면서 맞이하는 줄 알았지”
“뭐라구~”
“일본 정원도 있어서 아침에 산책 하면서~~~”
“ㅎㅎㅎ 대박! 정말 그런 줄 알았어?”
“그래~ 가끔 일본 출장을 가면 선배들이 ‘꼭 일본 전통 여관에서 자 보라’는데 한번도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
“그래서 이번에 맘 먹고 민숙을 일본 전통 여관이라 생각하고 자원한 거야?”
“정말 이런 줄 몰랐지~, 우리나라 여인숙보다도 못해!”
“여긴 도심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광지도 아니잖아?”
“그래도 그렇지~ 누가 이런 데를 숙소로 잡은 거야?”
“하여간 돌아버리겠다, 어제는 싱글 룸을 더블침대라 하질 않나~”

친구들 부부와 함께 하는 대마도 여행은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사항들이 많이 있지만 서로 양보해가며 ‘즐거운 여행이 되자’고 했을 때만 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를 양보하니 다른 것 까지 자동으로 달라 붙었습니다.
처음 KTX의 가족석 신청은 그나마 10,000원씩 현찰로 손에 쥐어지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트윈 침대와 더블침대의 비밀(?)은 오픈 하지 않은 채 방 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연히 집행부의 고충이려니 하고 아무렇지 않게 비좁은 방에서 하루 밤을 지샜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옆방의 문이 열려 있길래 들어가 보고 나서였습니다.
트윈 침대 방이었습니다.
우리가 잤던 더블침대방과 비교하여 두 배도 훨씬 넘는 넓은 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방은 더블침대가 아닌 싱글 룸이었습니다.
여행사는 그 비밀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날에 역시 이미 확정된 민숙 집은 전체가 머무는 호텔보다 버스로 10여분이나 더 가는 항구에 있었습니다.
웬지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가이드 말로는 ‘최근에 리뉴얼을 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 했습니다.
출발부터 맘에 안 드는 가이드입니다.*^-^*

그런데 방을 안내 받으면서 모든 내막(?)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달랑 4명 부부만 민숙 집으로 배정된 것도 억울한데, 60년대 단체 수련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방이 다다미로 된 것 빼고는 복도에 있는 공동 세면대는 중국에도 없을 것 같은 분위깁니다.
게다가 방 안에 화장실은 당연히 없고, 옆방과의 칸막이는 단지 미닫이 문으로 닫혀 있을 뿐입니다.
공동 목욕탕이라고 해서 온천은 아니어도 대형 욕조가 있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1층으로 내려가 보았더니,
반은 낡은 세탁기가 차지하고 있는 정말 1인용 샤워실 수준이었습니다.

방안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모두 모여 성토가 시작되었습니다.
‘똑 같은 돈 내고 이게 뭐냐?’부터 시작해서 ‘누가 이렇게 편성했느냐?’고 아우성입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민숙을 자원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나름 일본 출장을 비롯해서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친구입니다.
깨끗한 복도 입구까지 나와서 기모노 입은 여인이 맞이하는 그럴듯한 분위기를 흉내 냅니다.
모두가 뒤집어졌습니다.
‘일본 정원 운운!’할 때는 남녀 불문하고 아예 다같이 나뒹굴어지고 말았습니다.*^-^*

성토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예 잠도 안 자고 나갈 것 같은 분위기는 모두 사라지고,
주어진 환경에 금새 적응을 해버립니다.
친구로서 동기라는 멋진 품앗이(?) 양보가 느껴집니다.
그저 행복이 가득하게 넘칠 뿐이었습니다.
더욱 가까워진 4명의 친구는 아내들까지 서로 친구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말 농장이 아닌,
시골에 기업(?) 수준의 대규모 농장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환경 탓이라는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환경 탓이라는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환경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나를 돕기 위해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 성장에 기여한다.
처한 환경을 탓하지 말고 나 자신을 탓하라.
내가 바로 나의 주인이다.

- 제임스 알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