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응원해 주세요

더큰그림 2015. 6. 17. 15:30

“또 뚫렸대요”

“뭐가 뚫려?

“메르스가 대형 병원을 또 뚫었대요”

“전쟁이구만전쟁~

“맞아요 전쟁이예요”

“그런데 전쟁터에 무기가 없어요무기가~

“이러다가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모두 지쳐 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위문공연이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위문 공연도 마음대로 못하지요?

“군인들은 싸울 때 위문 공연해 주잖아?

“비난이나 안 하면 좋겠어요”

“그렇지일부러 뚫린 병원이 어딨겠어?

“의료진들이 사명감에 불타서 헌신하고 있어요”

“대단한 거야나중에 훈장 하나씩 모두 줘야 해!

“그러게요훈장감이예요”

“그런데 나중에 훈장은 다른 사람들이 가져갈껄?

“안 되는데?

“정말 의사나 간호사들은 출근하기 싫겠다”

“방호복 입으면 엄청 덥대요”

“그런 거 우리 태안반도 기름띠 제거할 때 입어 봤잖아그거보다 더 두껍다더라”

“어휴~

 

뉴스가 온통 메르스 이야기로 도배를 합니다.

그게 그거 같은데 매일 다른 것이 있습니다.

확진 환자 수와 격리 대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겁니다.

게다가 지역이 확산되면서 서울경기충청권에서 부산까지 달려 갔답니다.

하긴 전국이 1일 생활권이다 보니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두~세시간입니다.

 

그야말로 파병 수준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의례껏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군인들은 전쟁터 나갈 때 군악대도 나오고 가족들의 환송도 받습니다.

그렇게 멋있게늠름하게씩씩하게진군하는 모습입니다.

군인과는 달리 비록 집에서 멀리 떨어져 소식이 끊기는 전선은 아니지만

또 다른 전선(?)에 투입되는 우리의 특별한 전사가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군악대는커녕 가족들이 환송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멀리 시골로 피난(?) 보내고 퇴근을 해서는 밀려오는 두려움에 자기 몸 하나도 어찌할 바를 모른답니다.

연일 터트리는 언론의 뭇매를 맞아 피멍이 온몸을 가득 감싸버렸답니다.

파스를 붙여도 소용없는 보이지 않는 피멍이 저승사자처럼 밀려온답니다.

친지들의 안부전화조차 억지 웃음으로 태연한 척 한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진짜로 마음 상하는 것은 마구잡이로 떠들어대는 이웃들(?)이랍니다.

남들이 하는 말에 덩달아 토를 달기는 참 쉽습니다.

 

‘걔네들 왜 그래?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없는 거야?

‘완전 무방비구만?

‘그 병원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거 아냐?

 

언론이나 정부가 하는 말에 신뢰가 점점 사그라듭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말 바꾸기만 계속 하는 것 같습니다.

명쾌하게 털어 놓지도 않고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주의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손만 깨끗이 씻으면 된다’는데그거 매일 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태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기온이 살짝만 올라가도 덥다고 아우성치는데

이런 날씨에 방호복을 뒤집어 쓰고 마스크 한 장에 정신 없이 뛰어 다니다가

겨우 잠깐 쉬려고 잠시 눈을 돌리면 씁쓸한 시선뿐이랍니다.

아이들조차 학교에서 따돌림 신세가 되고 있답니다.

 

하지만의사간호사그리고 의료지원 하시는 여러분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군인처럼소방관처럼나아가 운동선수처럼,

우리를 대신해서 싸우는 의료진 여러분 모두에게 ‘파이팅!을 선언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의료선진국에서 몹쓸 메르스가 발견되어 깊은 연구가 되고

인류를 위한 최종 퇴치 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세계보건기구 WHO가 ‘희망찬 기대를 한다’잖습니까?

그러니까 힘내세요.

우린 반드시 이겨낼 겁니다.

 

‘빠이팅!

 

정말 ‘뽜이팅! 입니다.

 

응원해 주세요

 

응원해 주세요

의료진들이 악착같이 메르스 물고 늘어지게~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

 

지금 두려움을 삼키며 메르스의 최전방에서

제 자리를 지키는 전국의 모든 의료진은

곧 또 다른 기적을 가져 올 것입니다.

 

김 현아 간호사(동탄성심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