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덫
“가까워요?”
“글쎄요~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던데?”
“어디로요?”
“요짝 집 있는 데로 가면 더 이상 차는 못 올라가요”
“그러니까 차는 못 가더라도 잠깐이면 올라갈 수 있는 거리예요?”
“하여튼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봐요”
“그러니까~ 가면 바로 갈 수 있느냐고요?”
“다를 그 짝으로 올라가대요?”
“좀 올라가면 주차는 할 수 있어요?”
“안 될 껄요?”
“그럼 어떻게 해요?”
“다들 길가에 세워두고 가던데요?”
“아무튼 이쪽으로 가면 된다 이거지요?”
“가 보세요”
오리무중,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네비게이션은 이쪽 방향을 가르키는데 더 이상 갈 수 있는 길이 안 보입니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 봤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친절하기는 한데 종잡을 수 없는 말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향이 틀리지는 않는다’길래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복장이 영 아니었습니다.
애당초 복장이 틀렸습니다.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지나다가 간판에 천년 고찰이라 쓰여 있길래 잠깐 들렀습니다.
어디든 사찰을 가면 문화재가 있고 아늑한 산속에 조용하기도 해서 잠시의 여유는 그럴 듯 합니다.
꽤 오래 된 사찰인 듯 나무도 비교적 울창했습니다.
하긴 신라 때 지어진 사찰인데 세월이 흐를 만큼 흘렀습니다.
혹시나 하고 사찰의 ‘팜플렛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있다’면서 주는데 멈칫하면서 책을 한 권 줍니다.
신라 고승인 원효대사가 다니면서 수행했던 사찰 10곳이 전부 나와 있는 책자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광공사가 원효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사찰 10곳을 한 바퀴 돌면서 도장을 받아오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 책자입니다.
솔깃 흥미가 당겼습니다.
‘당장은 아니어도~’,
‘선물이 아니어도~’,
한 바퀴 돌면 나름 힐링도 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발자취를 유지 하고 있는가?’도 궁금했습니다.
처음 갔던 곳과 가까운 곳에 사찰 두 군데가 더 있습니다.
내친 김에 ‘한 두 곳은 더 들렀다 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네비게이션 주소를 찍었습니다.
다행히 아주 가깝게 가르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습니다.
아무리 두리 번 거려도 보여야 할 사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옛날부터 고승들이 머물렀던 사찰은 모두 산 속 깊숙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네비게이션이 가르키더라도, 편의점 주인이 ‘가깝다’ 해도 아닌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니다 싶어 일단 포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 사찰들은 거의 산 정상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양복을 입고 올라갈 수 있는 정도는 분명 아니었고, 큰 맘 먹고 시간 내서 둘러봐야 할 수준입니다.
고승의 발자취가 호락호락 싱거울 리 만무 합니다.
그래도 뭔가 숙제 하듯이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나머지 다 돌고 나면 선물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달콤한 덫
야산에만 덫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선량한 사람들을
잡아먹으려는 유혹의 덫이 도처에 깔려 있다.
상식을 넘어서는 혜택이나 조건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제안은 틀림없이 덫을 놓은 것이라고 의심해볼 일이다.
아예 그 근처에는 기웃거리지 마라.
- 강 상구의《내 나이 마흔 이솝우화에서 길을 찾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