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TV 앞에만 서면 귀머거리가 되는 남편

더큰그림 2015. 6. 27. 11:19

“들어가 주무세요”
“으~응!”
“거기서 그렇게 자지 말고 들어가서 주무시라니까요?”
“어~어~ 테레비 보고 있잖아?”
“테레비는 혼자서 떠들고 있던데요?”
“보는 거야!”
“그러다가 또 잠 든다니까요?”
“알았어!”
“늘 알았다면서~~~”
“오늘은 아니라니까~”
“에휴! 알아서 하세요”

이상하게 쇼파에 누우면 잠이 잘 옵니다.
그것도 테레비 켜 놓고~~~
특별히 봐야 할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앉아서 보다가 자연스럽게(?) 벌러덩 누워버립니다.
은근히 푸근합니다.

하긴 어머니가 생전에 우리 집에 오시면 늘 쇼파 에서 주무셨습니다.
이브자리를 펴 드려도 마다 않으시고 쇼파에 올라가십니다.
역시 테레비를 보시다가 그냥 잠이 드십니다.
살짝 가서 테레비를 꺼도 모르십니다.
곤히 주무시니 깨우기도 그렇습니다.
결국 아침이 됩니다.
중간에 깨시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저도 쇼파 에서 잠이 들곤 했습니다.
아내는 늘 성화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왜 편한 침대 놔두고 쇼파에 자느냐?’고~~~

결국 새벽 두 세시면 깨서 그때부터 잠이 안 옵니다.
그거 아주 문젭니다.
아내는 미리미리 예방을 한다고 잠들기 전에 열심히 깨웁니다.
하지만 그런 꿀잠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압니다.
뻔히 알지만 우선 당장의 꿀맛에 현혹되고 맙니다.
쇼파에 눕지 못하도록 함께 앉아서 테레비를 본다더니 꺼꾸로 아내가 졸 때도 있습니다.
‘들어가 자라’고 하면 대답은 잘 합니다.
피곤이 밀려오면 정신 없이 혼미해집니다.

‘나는 쇼파 에서 자지는 않아요’
‘누가 뭐래?’

어차피 비몽사몽입니다.
아예 쇼파 위에는 늘 포대기 같은 작은 이불이 놓여져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내 역시 치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가끔 아내가 쇼파 위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편한 줄은 알아서~~~’

TV 앞에만 서면 귀머거리가 되는 남편

(전략)

남편들이 왜 TV를 보면 그렇게 집중을 할까요?
아내들이 이렇게 잔소리를 해댑니다.
TV를 보고 있는 남편의 집중력을 보면 무얼 해도 하겠다며,
그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박사가 되고도 남았다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 남자들은 TV 앞에만 서면, TV에만 몰두하면 그렇게 집중하고 딴 이야기가 안 들릴까요?
에너지를 전혀 다른 곳에 쓸 생각조차 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첫 번째, 쉬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집에 들어오면 쉰다는 공식은 인간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었지요.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는 존재, 집에 들어오면 쉴 수 있다는 공식이 주어집니다.
그럴 때에 TV만큼 단순한 자극이 없지요.
그래서 대충 씻고, TV 앞에서 리모컨을 켜면 편안한 휴식이 주어지게 됩니다.
물론 과도한 TV시청은 문제가 되지요.
한국인들의 평균 시청 시간이 3시간이 넘는다는 것, 여가 시간의 2/3에 해당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계산을 해 봤더니 연간 46일이 되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일흔일곱 살로 봤더니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TV만 보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요.

두 번째는 TV 화면이 불빛이기 때문입니다.
수렵 시대에 남자들이 사냥감을 잡아오고 나면 아내들이 요리를 하겠지요.
그때 남자들은 행복감을 경험한다고 하지요.
‘내가 오늘 고생했지, 나 때문에 저것을 잡을 수가 있었지.’
그 불빛을 보면서 자신이 어떤 영웅이 된 모습을 그리고 행복감에 빠져든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람의 무엇이건 남자의 무엇이건, TV에서 나오는 불빛과 모닥불의 불빛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TV를 보면서 행복감에 빠져든다고 하지요.

그러나 진짜 이유는 상처 때문입니다.
대부분 외형적인 것들 말고, 부부 사이에서 마음에 상처를 더 쉽게 입고,
약하고 오히려 쉽게 삐치는 쪽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입니다.
이것은 일종에 남성들이 가진 자폐 성향이라고 얘기를 하지요.
그래서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조금만 불리하면 입을 닫고 나간다든지,
오히려 소리를 버럭 질러서 회피한다든지 그런 경우가 있겠지요.
그래서 아내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 오지만 사실은 그것을 자기를 공격해 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남자들이 TV를 보면 거기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럴 때에 아내 분께서는 조금만 여유를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집에 들어왔을 때, 리모컨을 켤 때 혼내거나 그러지 마시고요.
볼 수 있도록 30분, 1시간 정도 여유를 두시면 남자들이 금방 싫증을 내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를 찾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 무언가를 요구하시거나 부탁을 하시면 잘 듣게 되어 있지요.
쉬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데, 어떤 의무 사항을 이야기해 주면 남자들은 대부분 짜증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조금 참아 주시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잘 부려 먹으면 되겠지요.
남편도 짜증이 덜 나겠고요.

- 이 병준 대표(파란 Re-bor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