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온도, 사랑의 체온

더큰그림 2015. 7. 2. 14:17

"여기 왜 그래?"

"엎어졌어요"

"지 멋대로?"

"갑자기 !’ 하는 소리가 나길래 나와봤더니 거실이 물바다가 된 거예요"

"잎이 무성해서 그랬구나?"

"무게를 못 견디고~~~"

"잎을 이렇게 늘어트리면 또 넘어지지"

"그래서 지금은 받쳐 놨어요"

"안되지이러면 또 넘어간다구~"

"멋있게 보이라구 그런건데요?"

"아이 참멋있게 보려다가 또 물바다 된다니까~"

"멋있는데~~~"

"!"

 

겨우내 고구마를 다 먹지 못하고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새싹이 자란 고구마 하나를 페트병 옆을 길게 오려내고 물을 담아 거실에 두었습니다.

처음 새싹은 너무 싱그럽게 보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하얀 실 뿌리까지 뻗치며 잎을 무성하게 감아 올라갔습니다.

퇴근하고 보니 거실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습니다.

연신 걸레질하는 아내가 힘겨워 보입니다.

사실 물바다라기보다는 페트병 반 정도의 물리 퍼진 겁니다.*^-^*

시간이 꽤 되었는지 거실의 마루바닥의 골마다 물이 스며들어가 있습니다.

자칫 마르면서 바닥이 뒤틀어질 것만 같습니다.           

고구마 잎이 자라면서 무게를 못 견디고 그만 페트병째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겨우 수습을 한 모양인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고구마 잎 줄기 한쪽이 아래로 축늘어져 있습니다.

또 넘어질까 봐 치켜 올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뭐라 합니다.

멋 있으라고 일부러 늘어트려 놓은 것이랍니다.

'안 된다'고 안쪽으로 올려 놓았는데 자꾸만 궁시렁 댑니다.

앞에 받쳐 놓기도 했고멋있게 해 놓았는데 '왜 자꾸 건드리냐?'는 식입니다.

한 고집하는 아내와 설전은 금물입니다.

 

아무 소리 안하고 오히려 늘어트린 줄기를 더 확 제껴 놓았습니다.

쳐다보던 아내가 또 한 마디 합니다.

 

'멋있는데~~~'

 

아내가 생각한 고구마 키우기와 제가 생각한 고구마 키우기는 근본부터 달랐습니다.

하긴 고구마 싹 났다고 페트병 오려서 물 담아 키운 것은 제가 아니라 아냅니다.*^-^*

 

온도사랑의 체온

 

온도.

꼭 사랑이 필요한 건 아니다.

단지 체온이 필요한 거지.

누구라도 상관없는 체온 말이다.

 

감 성현의《그녀와 그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