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사랑의 체온
"어? 여기 왜 그래?"
"엎어졌어요"
"지 멋대로?"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길래 나와봤더니 거실이 물바다가 된 거예요"
"잎이 무성해서 그랬구나?"
"무게를 못 견디고~~~"
"잎을 이렇게 늘어트리면 또 넘어지지"
"그래서 지금은 받쳐 놨어요"
"안되지~ 이러면 또 넘어간다구~"
"멋있게 보이라구 그런건데요?"
"아이 참! 멋있게 보려다가 또 물바다 된다니까~"
"멋있는데~~~"
"허~ 참!"
겨우내 고구마를 다 먹지 못하고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새싹이 자란 고구마 하나를 페트병 옆을 길게 오려내고 물을 담아 거실에 두었습니다.
처음 새싹은 너무 싱그럽게 보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하얀 실 뿌리까지 뻗치며 잎을 무성하게 감아 올라갔습니다.
퇴근하고 보니 거실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습니다.
연신 걸레질하는 아내가 힘겨워 보입니다.
사실 물바다라기보다는 페트병 반 정도의 물리 퍼진 겁니다.*^-^*
시간이 꽤 되었는지 거실의 마루바닥의 골마다 물이 스며들어가 있습니다.
자칫 마르면서 바닥이 뒤틀어질 것만 같습니다.
고구마 잎이 자라면서 무게를 못 견디고 그만 페트병째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겨우 수습을 한 모양인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고구마 잎 줄기 한쪽이 아래로 축~ 늘어져 있습니다.
또 넘어질까 봐 치켜 올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뭐라 합니다.
멋 있으라고 일부러 늘어트려 놓은 것이랍니다.
'안 된다'고 안쪽으로 올려 놓았는데 자꾸만 궁시렁 댑니다.
앞에 받쳐 놓기도 했고, 멋있게 해 놓았는데 '왜 자꾸 건드리냐?'는 식입니다.
한 고집하는 아내와 설전은 금물입니다.
아무 소리 안하고 오히려 늘어트린 줄기를 더 확 제껴 놓았습니다.
쳐다보던 아내가 또 한 마디 합니다.
'멋있는데~~~'
아내가 생각한 고구마 키우기와 제가 생각한 고구마 키우기는 근본부터 달랐습니다.
하긴 ‘고구마 싹 났다’고 페트병 오려서 물 담아 키운 것은 제가 아니라 아냅니다.*^-^*
온도, 사랑의 체온
온도.
꼭 사랑이 필요한 건 아니다.
단지 체온이 필요한 거지.
누구라도 상관없는 체온 말이다.
- 감 성현의《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