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마저 없을 때
“시키는 대로 보면 누군가가 보인다??? 누구지?”
“이런 숙제 내지 마소. ㅎㅎ 난 안되네~~”
“31초만 신경 써줘.. 그러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나두 안 보이는데~~ㅠㅠ”
“눈을 껌벅이지 말고 뚫어지게 쳐다 보삼”
“누군가를 보았는가? 이름대면 알 수 있는 사람인데..”
“보인다~~ 세 번 만에~~끙! 수염이 덥수룩한 할배”
“합격…이름은 이야기 하지마. 태극기 색상 바뀌는 것도 봐 줘”
“너무 어려워”
“씨~! 난 뭐여 안 보여~ 닭 대가리인가~ㅎ”
“뽀리..빨리 포기 하지마”
“저녁 밥상머리 앞에서 핸폰 뚫어져라 쳐다보다 눈감고 고개를 뒬 넘기니 마눌님 날보고 검지 손가락 빙빙~~~”
“얼마나 가까이 놓고 쳐다 봐야 하는가? 나도 안보여”
“태극기는 정상 색~~내가 머리가 좋은감” ㅎ”
“나도 태극기 보였어 ㅎ”
“모두 진풍경 눈에 선하네”
“그 분 봤어 수염이 덥수룩한 ㅎ 신기 허네”
“무슨 현상인가? 궁금해”
“예수님 형상!”
“꼬꼬 친구들 반가워”
한번 시작되면 겉잡을 수가 없습니다.
할 일이 별로 없나 봅니다.*^-^*
친구 하나가 태극기와 또 다른 사진을 카톡방에 올렸습니다.
20초간 뚫어지게 본 다음 천정을 보고 눈을 껌벅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더니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정말 가관입니다.
단번에 뭔지 알겠는데 친구들은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봐도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둥 하면서도 끊임 없이 시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하나 둘 ‘뭐가 보였다’는 친구들이 나타나면서 전말이 밝혀집니다.
태극기는 아무 색상이 없는 것을 보았는데 천정을 볼 때는 컬러로 나옵니다.
또 한 사진은 사진으로는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천정을 올려다 보니 예수님 형상이 나타납니다.
신기합니다.
뭔가를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것이기는 하지만 매직쇼 하는 것 같습니다.
‘할배’라고 처음 이야기한 친구와 ‘그분’이라고 한 친구의 극명한 대조 역시 보입니다.
크리스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형상이 보입니다.
모처럼 친구들끼리 정겨운 놀이터였습니다.
가끔은 엉뚱한 것 가지고 몰입하는 모습들이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자작이 아니라 누군가 보내온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웃음이 더 나옵니다.
이미 보았던 저는 친구들의 어린애 같은 동심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종교나 정치 이야기는 금지된 카톡방이지만 받아 줄 만 합니다.
나침반마저 없을 때
노련한 여행자는
늘 나침반을 지니고 다닌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꺼내놓으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운
가장 중요한 안내자는 기도였다.
- 제임스 패커의《나이 드는 내가 좋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