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마음을 꺼내 놓는다

더큰그림 2015. 8. 8. 13:50

“은지라고 했나? 나~ 고민 많이 했어!”
“정말 감사합니다”
“낙지랑 전복을 같이 하는 식당이 없지 뭐야?”
“그렇게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모처럼 왔는데~ 그래도 전복이 하나씩은 들어갔어! 게다가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아!”
“너무 행복해요”
“민어 회는 보통 때는 먹기 힘들데 오늘 같이 먹게 되었지 뭐야?”
“행운이 넘쳤습니다”
“그러게~ 많이들 먹어! 가만 있자~ 그런데 낙지가 없네?”
“여기 있잖아요? 낙지 무침!”
“그렇구나! 그럼 먹고 싶은 거 다 있네?”
“넹! 낙지랑, 전복도 있고~ 회도 있고 소고기도 있어요”
“민어회는 옛날에 특별히 임금님이 드셨던 회라잖아? 많이들 먹어!”
“잘 먹겠습니다”

아예 잔치가 열린 기분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친구가 시무하는 교회에 도착한 것이 저녁 7시가 좀 넘었습니다.
사모님은 물론이고 멀리 대전에서 딸과 손주들이 함께 와 있습니다.
병은이랑 캠프할 때 만났던 반가운 가족들입니다.
쑥스러운 병은이가 멈칫 하는 사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옵니다.
적당히 풍채가 훌륭한(?) 친구 목사님이 교회에서 나옵니다.
처음 만나는 아내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반갑기만 합니다.
우리 식구 온다고 이만 저만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좋아한다는 낙지와 전복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미리 다 갖추어 놓았습니다.
귀여운 손주들의 재롱에 한껏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친구 목사님과 처음 만나는 은지와 아내는 이미 아침 글에서 만난 사이입니다.
속속들이 내막을 알고 있는 은지에게 이것 저것 ‘많이 먹으라’고 특별히 권합니다.
사실 은지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이 아니라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한 것들입니다.*^-^*
살짝 당황한 은지는 어쨌든 모두 먹고 싶은 것들이라 아니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물만 잔뜩 마신지라 입맛이 약간 사라진 듯 하지만 산해진미 앞에서는 가릴 것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합창반 시절에 [난파 음악제]에서 1등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올라옵니다.
딸기를 ‘딸기 나무’라하고 벼를 ‘쌀 나무’라 했던 친구 목사님의 서울 촌뜨기(?) 이야기도 올라 왔습니다.

친구 아들은 직장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 딸 역시 사모의 길을 걷는 목회하는 집안 입니다.
사위 목사는 선교여행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두 집 가족이 함께 어울려 휴가의 진미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바닷가의 조명 분수 축제에 동행했습니다.
손주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이미 인산인해를 이룬 바닷가의 널찍한 해변에 저마다 자리잡기에 분주합니다.
연인들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한 여름 밤의 분수 축제에 시민 모두가 출동한 것 같습니다.
손주들이 연달아 박수 치며 흥겨워 하는가 했더니 손자 하준이가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금세 잠들었습니다.
동생 유모차에 올라타 있던 손녀 하린이도 덩달아 잠들었습니다.
아쉽게도 헤어지면서 손주들과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린이가 특별히 좋아한다는 꼬꼬몽 장난감을 얼른 손에 넣어야 하겠습니다.

마음을 꺼내 놓는다

감사는 품는 게 아니라 꺼내 놓는 것.
누군가에게 당신의 좋은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당신의 정성이 상대에게 가는 동안 당신이 가장 먼저 기쁠 것이다.
당신이 안녕 하고 손을 흔들 때 이미 상대는 환하다.
그것을 보는 나 역시 환해지는 것을 느낀다.

- 변 종모의《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