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어렸을 때 기억이 연결은 되지 않지만 뜨문뜨문 분명하게 기억되는 게 있어”
“그게 뭔데요?”
“나 어렸을 때 우물 안에 들어간 적이 있거든”
“우물이요?”
“그래~ 옛날 시골 학교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뜨는 우물이 있었어!”
“거기 들어가서 뭐 했는데요?”
“우물 청소!”
“우물 청소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우물 안에 이것 저것을 집어 던져 넣는다구~”
“그걸 꺼내러요?”
“청소하러 들어 간거지~”
“깊잖아요?”
“깊지~ 노깡(?) 10개는 묻혀 있으니까 10미터는 되는 거지 뭐!”
“위험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내가 들어갔지, 6살 땐가~ 그랬지 아마?”
“어린애가 거길 들어가요?”
“우리 아버지가 교감이셨는데 다른 집 자식을 우물 속에 들여보낼 수 없으니까~”
“독하게 키우셨네요?”
“좀 그렇지?”
“아버님이 대단하네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사택에 살았었습니다.
아버지가 교직에 계셔서 사택에 살게 된 것입니다.
초등학교 우물은 모든 어린이들이 함께 마시는 중요한 식수원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정수기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지하수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물 안에는 늘 이것저것 지저분한 것들을 던져 넣은 개구장이들 때문에 오염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우물 청소를 할 수는 없습니다.
여름 우기를 지나 가을이 되어 갈수기가 되면 우물의 물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 때 우물 속에 오물들을 꺼내는 청소를 할 수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 때마다 아직은 가벼운(?) 저를 두레박에 실려 우물 속으로 내려 보내셨습니다.
두레박이 아주 튼튼하지 않았기에 가벼운 꼬마가 적격입니다.
사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우물 속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어릴 때 몇 가지 뚜렷하게 기억되는 추억(?)중에 한 장면입니다.
형제들이 많아서였는지 특별히 저를 사랑하셔서 강하게 키우려고 그러셨는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분명 무모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운동화도 나오고, 구슬이나 막대기, 돌멩이들이 많았습니다.
가끔 동전도 나왔습니다.
모자가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걷어낸 전리품(?)은 모두 제 것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무모한(?) 짓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그 때 확실히 훈련 된 것 같습니다.*^-^*
한번은 올라오다가 두레박 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우물 바닥으로 나뒹굴어졌습니다.
황급히 부르는 아버지의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우물 속에 울리는 소리는 밖에서 듣는 소리보다 10배는 큰 것 같았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서 지금까지 살아 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우물 속에서 새로이 두레박을 밧줄에 매달아 내려 보낼 때까지 쪼그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늘이 동그랗게 보입니다.
동그랗게 만들어진(?) 하늘 한 가운데 아버지 얼굴만 크게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반드시 꺼내 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정말 아련한 옛날 이야기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나의 마음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마음은 아주 편안하다.
사랑도 미움도 없고 슬픔도 기쁨도 없다.
색깔과 소리마저도 없다. 아마 늙었나 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분명 늙은 것이 아닌가?
손이 떨리고 있으니 분명한 일이 아닌가?
내 청춘이 벌써부터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내 어찌 모르고 있으랴?
- 루쉰의《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