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쇠사슬을 풀어주자
“악기 하나 정도는 해야지?”
“재미 없어요”
“너 키타도 배운다고 했잖아?”
“누나가 가지고 갔어요”
“니가 하고 싶으면 갖다 달래면 되지?”
“별로예요”
“너 어렸을 때 피아노도 배웠잖아?”
“다 잊어버렸어요”
“왜 악기는 싫어?”
“재미 없어요”
“그럼 뭐가 재미 있는데?”
“재미 있는 거 없어요”
“그런 말이 어딨어?”
“그냥요”
“허어~ 말 한번 고약타!”
“특별히 하고 싶은 거 없어요”
“반발이네?”
“~~~”
너무 깊숙이 치고 들어갔나 봅니다.
아내도 얼른 다른 이야기로 돌리려 합니다.
악착 같이 물고 늘어져 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좋아하는 것이 뭔지 궁금했습니다.
결국 답 없이 기분만 상했습니다.
하긴 그렇게 자신의 주장을 억지로라도 표현한다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것 같습니다.
‘퉁~’하니 말이 없는 것보다 꼬치꼬치 묻는 말이 대꾸라도 하는 것이 후련하기는 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답답하기는 한데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가족과 어울리는데 전혀 부담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얼굴을 맞대어도 짜증이 안 나는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뭔가를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멈추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은 지속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습니다.
헬스장에 혼자서도 꾸준히 다니는 것만 해도 대견하기만 합니다.
새로 시작한 영어학원이나 교회에서 예배하는 중 빔 프로젝트 화면 넘기기는 이미 붙박이가 되었습니다.
예배시작 2시간 전에는 교회로 향합니다.
선배들이 병은이의 특징을 일찍이 발견한 것 같습니다.
꾀 부리지 않고 묵묵하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매일 출근하는 어르신 보호센터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해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갖는 일에는 정말 믿고 맡겨도 됩니다.
다만 자신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에는 부모가 뭐라 해도 듣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유를 대고 설득하는 것이면 좋겠는데 무작정이듯이 거부합니다.
아무래도 접근 방법이 잘못 되었나 봅니다.
분명 강점이 있는데 그걸 찾지는 않고 엉뚱한 것만 강요했나 봅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밀어주어야 하겠습니다.
내 아이의 쇠사슬을 풀어주자
이제 우리 아이들의 발목을 칭칭 감고 있는 쇠사슬을 풀어주자.
아이의 본능에 어울리지 않는 재주를 가르치려고 쓸데없이 노력하지 말자.
아이가 스스로 본능을 좇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자.
부모의 믿음이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 김 민경의《괜찮아, 엄마는 널 믿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