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지...
“오늘 가다가 국경 지날 때 잠깐 서야 하는데~”
“노! 오늘 가는 곳은 여긴데?”
“그러니까 거기 가면서 잠깐 국경에서 멈추면 된다니까~”
“난 몰라! 그런 스케줄 받은 적 없어!”
“이런! 그게 아니고 잠깐 택스 리펀드 해야 한다니까~”
“아~ 글쎄! 난 처음 받은 스케줄대로 간다니까~”
“여기 잠깐 이 전화 좀 받아 보셔!”
“난 몰라! 여기 영문 스케줄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니까~”
“허~ 이런 참!”
하고 싶은 말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알아 듣지를 못합니다.
알아 들을 수 없도록 말을 한 건지, 말을 안 들으려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의사소통이 안 됩니다.
결국 운전기사가 화까지 냅니다.
현지 도우미까지 동원하여 전화를 연결했으나 그마저도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느낌상 운전기사는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은 안 된다’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가다가 중간에 잠깐 차만 세워주면 서류 처리를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아무 말 않고 출발해서 중간에 멈추게 하면 될 것을, 그래도 출발 전에 미리 이야기 한다는 것이~~~
버럭 화를 내는 운전기사에게 불만이 가득해지고 말았습니다.
가방도 못 찾아 짜증이 나는데 운전기사마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런? 내가 팁 주는 사람인데~’
아무튼 일단 출발을 해야 했습니다.
국경 지역을 그나마 여러 번 갔던 곳이라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대충 근처에 가면 차를 세울 작정으로 ‘렛스 고우!’를 외쳤습니다.
그 말은 알아 들었는지 차가 굴러 갑니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대충 느낌이 옵니다.
이른 시간이라 피곤할 텐데도 긴장해서인지 정신이 말짱합니다.
어쨌든 가다가 중간에 차를 세우고 확인 도장을 받아 서류를 제출해야만 합니다.
간단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전혀 복잡한 것이 아닌데 뭔가 꼬이는 것 같아 당황이 됩니다.
어떤 때는 불필요한 확인으로 시간이 지연될 수도 있기도 합니다.
하긴 국경을 통과하는데 대충 넘어간다는 것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합니다.
어느새 국경에 도착하니 그래도 차를 순순히 세워 줍니다.
아침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데 웬지 미안한 마음마저 듭니다.
사실 미안할 것도 없고 화를 낼 일도 아닙니다.
그냥 가다가 잠시 휴게소 들르듯이 서 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경 사무실 문이 전부 닫혀 있습니다.
‘이건 또 뭐야?’
산 넘어 산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화장실도 가야 하는데 문이 꽁꽁 잠겨 있습니다.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국경에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그냥 대충 아무나 왔다갔다하는 것 같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멀리 반대편을 보니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길을 함부로 건너기에는 어디선가 경찰이라도 나올 것 같습니다.
용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무작정 뛰어 건넜습니다.
‘혹시 총이라도 쏘면~’
다행히 총알은 물론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습니다.
화장실도 열려 있고 사람도 꽤 있습니다.
무사히 서류 처리를 하고 남은 사람들까지 건너오게 해서 화장실을 듬뿍(?) 사용케 했습니다.
유럽은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하는데 다행히 공짭니다.*^-^*
하여튼 별 것을 다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사실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위축되는 것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버킷 리스트에 담겨 있는 언어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꼬옥 필요한 이유입니다.
어리석음인지 무지인지~~~
어디로 갈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른 버스를 타고
완전히 다른 길을 달릴 수 있다.
어디로 갈지 선택권이 나에게 있음을 깜빡 했다.
스스로 닫힌 세상으로 계속해서 들어서면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답답하다고 외쳤다.
그저 문을 열고 나오면 되는데 말이다.
- 강 미영의《숨통 트기》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