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막힌 것은 뚫어라

더큰그림 2015. 9. 30. 11:09

“차에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

“그러게요창 문도 닫혀있고 여긴 특별히 시골냄새도 없을 텐데요?

“뭐지아까도 나지 않았어?

 

“병은이 방구 꼈어요”

“뭐야그 냄새야그럼 빨리 이야기 해야지~

“은근히 방구 뀌고 가만히 있잖아요~

“우와이제 더 지독하다얘기를 해야지얘기를!

“아휴숨 막혀~

“뒤 마려우면 미리 처리를 했어야지이건 너무 심하다”

“모른 척 하는 거 봐요”

“공중 도덕을 지켜야지~

 

성묘 가는 길은 언제나 이야기로 풍성하기만 합니다.

아침 일찍 나서서인지 다행히 막힘이 적습니다.

뉴스에서 예측하기로는 추석 전날이 가장 막힌다고는 했지만,

추석 당일의 성묘는 너무 막혔던 경험도 있어서 하루 앞당겨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뒷좌석은 은지와 병은이가 타고 갑니다.

가끔 병은이가 운전석에 앉기도 하지만 짧은 거리는 양보하지 않습니다.

시골 길에서는 상쾌한 공기를 맞이한다고 창문을 열고 달리다가 닫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부지런한 농부의 수고로 닭장에서 나온 아주 훌륭한(?)영양으로 인해

얼른 창문을 닫아도 한 동안은 인내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한적한 시골 길도 아닌데 묘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설마 했지만 요란한 병은이의 생리현상으로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과도한 육식으로 든든해진 병은이가 슬그머니 주제 못하고 바람(?)을 내뿜은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처음에는 느낌이 확실하게 와 닿지가 않습니다.

엉뚱하게 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두리번거리는 순간 은지의 고자질로 모두가 뒤집어 집니다.

은근슬쩍 살짝 내민 바람(?)이 옷깃을 통과하여 비좁은 차 안을 요란스럽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닌 척 태연하게 앉아 있는 병은이와 달리 온 식구가 난리 법석입니다.

때 늦은 창문 열기와 에어컨까지 가동을 합니다.

일부러 숨을 멈추었다가 한꺼번에 들이킨 산소와 함께 밀려드는 엄청난 화력(?)에 무방비로 당하고 맙니다.

 

‘화생방 훈련이라 생각하면 되잖아요?

‘그럼 방독면도 주고 했어야지~

‘어차피 방독면 벗잖아요?

 

그나마 군대 경험했다고 방독면 벗는 흉내를 냅니다.

은지가 기막혀 하면서도 제일 즐거워 합니다.

짐짓 성묘 길의 피곤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온 가족이 웃음 바다로 물들어 갑니다.

아버지어머니까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시는 행복한 성묘길이 되었습니다.

 

막힌 것은 뚫어라

 

살다 보면

천둥과 번개가 치고,

서리와 우박이 내리는 날도 있다.

살다 보면 무언가 막히는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막혀서 생긴 불편과 심란함은 막힌 것을 기어코 뚫어야만 해소가 된다.

'아직 뚫지 못한그 무엇이 있어 쑥국새는 울고비는 내리고,

향기 잃은 나무는 문 밖에 서 있다.

 

장 석주의《오늘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