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
“지금 두 분 이서 무슨 이야기 하시는 거예요?”
“나? 나는 주말 농장 이야기!”
“언제 주말 농장으로 넘어가셨어요? 엄마는 마트 이야기 하시는데~”
“내가 말했잖아~ 주말 농장 언제 갈꺼냐고!”
“엄마는 계속 마트에서 쌀 언제 살꺼냐고 하시는 거 같은데요?”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니까 그렇지~”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 아녜요?”
“주말 농장 이야기로 넘어간 거 너도 몰랐어?”
“저는 계속 엄마가 마트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있었는데요?”
“병은이는?”
“저는 아빠가 주말 농장 이야기하시는 걸로 듣고 있었는데요?”
역시 병은이가 제 편이 되어 주었습니다.
은지는 엄마가 마트에서 쌀 사는 이야기로 날짜를 언제 할 꺼냐고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었는가 봅니다.
사실 귀 기울인다기 보다는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만지작이 대부분이고 음악 듣는 일에 몰두 합니다.
가끔 은지랑 병은이가 다투듯이 정겨운 달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승자는 언제나 은지입니다.
그런데 아내와 이야기 속에 서로 주고 받다가 다른 이야기로 넘어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여전히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엇 박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듣다 못한 은지가 끼어 듭니다.
‘아빠랑 엄마는 지금 전혀 다른 이야기 속에서 헤엄치고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 속의 주제가 애당초 관심 영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쌀 사는 문제야 그냥 아무 때나 사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말 농장의 풀 뽑기와 물 주기의 노력은 일정 시간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물론 매주 갈 필요도 없습니다.
다행히 시골 출신인 아내도 주말 농장에 재미가 나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렇게 크게 느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식물이고, 마트보다 비싸게 비용이 드는 주말 농장보다는
쉽게 마트에서 사서 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앞서 있습니다.
괜한 고생으로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저는 풀 한 포기 용서치 않고, 있어야 할 채소만이 소중할 뿐입니다.
아내는 워낙 시골에서 어렸을 때부터 넓은 밭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니 작은 풀 한 포기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말 농장 이야기를 듣는 줄 알았던 아내는 여전히 마트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은지의 지적으로 편 가르기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남자와 여자의 편가르기로 끝났습니다.
가끔은 이런 편가르기가 재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래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느새 집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릅니다.
다른 건 다른 거고 틀린 건 틀린 거죠.
너와 내가 생각이 다른 것이지 너와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단어부터 똑바로 써야 해요.
말이 사고를 지배해서 어느 틈에 나와 다른 건 틀리다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 박 웅현의《여덟 단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