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진정한 고수

더큰그림 2015. 10. 19. 13:41

“이분은 마라톤을 100번도 더 뛰셨대!

“와어떻게 마라톤을 100번씩이나~

“오늘처럼 하프는 그냥 우습지 뭐!

“그렇겠네요아침 운동하듯이~

“우린 그냥 이 분 뒤쫓아 가면 될 꺼야!

“어휴어떻게 뒤쫓아 가요?

“천천히 뛰어 주시겠지 뭐!

“아무리 그래도 엄청 빠르실 꺼 아녜요?

“하긴고수를 우리가 따라갈 수 있겠어?

 

듣다 보니 얼굴이 다 화끈거립니다.

직원들과 함께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마침 같은 계열사가 주관하는 대회다 보니 얼굴을 아는 직원들이 많이 출전했습니다.

저를 안다고 자기 부하직원에게 마구 치켜 세웁니다.

마라톤 100번을 넘긴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고수운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빨리 뛰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연습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회를 ‘연습 삼아 뛴다’는 건방진 소리만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과 달리 솔직히 두려운 마음은 없습니다.

초기처럼 식이요법을 비롯한 물 마시는 부담감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식이요법은 도저히 못하겠고매일 억지로 물을 들이켜야 하는 훈련도 고역이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고역까지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물도 미리 안 마시기 때문입니다.*^-^*

그냥 주로 에서 나눠 주는 물 마시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몇 번 탈수현상 때문에 힘든 경험은 있습니다.

그래도 대회가 끝나면 그러려니 하고 잊어 버립니다.

 

마라톤은 연습에 비례하는 운동입니다.

춘천에 가서 가을의 전설을 쓰려면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하프 정도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발하자마자 숨이 턱에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천천히 뛰어야 하니까~’ 하고 여유를 피웠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주자들이 앞 서 갑니다.

대부분 연습과는 관계없는 젊은이들입니다.

그런데도 따라가지를 못하겠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동화를 딱 맞는 것을 신었습니다.

옷 색깔에 맞춘다고 양말도 두툼한 것을 신었습니다.

그러니 운동화가 처음부터 꽉 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프 마라톤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습니다.

곧바로 새끼 발가락부터 신호가 왔습니다.

왼쪽부터 시작된 통증은 곧바로 오른쪽까지 번졌고 맨발로 뛰고 싶은 충동까지 일어났습니다.

아픈 발로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하지만 완주는 당연한 것입니다.

갈아 입을 옷이 골인 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골인하고 나니 저와 동행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나누어준 도시락까지 이미 다 먹은 뒤였습니다.

그들이야말로 하프 마라톤 정도는 우스운 고수들입니다.

 

‘참말로!

 

하지만 소아암 어린이 돕는 기부금 행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처음 100회 마라톤 하면서 시작한 것입니다.

살금살금 모아진 1,400만원은 이미 소아암 어린이에게 100만원씩 14명에게 후원하였습니다.

또 하프 21.195km 뛰었으니, [허드슨 미션통장에 21,195원 입금합니다.

춘천 [가을의 전설]이 1주일 남았습니다.

[중앙 마라톤]은 2주일 남았습니다.

벌써부터 제대로 뛸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진정한 고수

 

충분히 성공을 거두었고 또 포커에 대해

이제 알만큼 많이 알았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곧바로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톰 드완(최고의 포커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