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그걸 왜 묶어줘요?”
“누가 묶어 주라 하던데요?”
“추울 때 얼지 말라고 묶어주는 건데요?”
“지금 묶어주면 안 돼요?”
“이렇게 날씨가 따뜻할 때 묶어주면 안에서 곯는대요”
“몇 군데는 묶어 주었던데요?”
“글쎄요? 우리 어머니는 묶어 주면 안 된다 하시더라 구요”
“어머니가 맞겠네요?”
“그리고~ 이런 말 해도 되나?”
“뭔데요?”
“물 줘서 키우면 맛이 없대요”
“그래요?”
“가물어서 죽지 않을 만큼만 물을 주어야 한대요”
“지금 물주면 안되겠네요?”
“그렇겠죠?”
배추가 실하게 컸습니다.
간격을 넓게 심는다고 했는데도 잎이 퍼지고 나니 너무 숨 쉴 틈바구니가 없어 보입니다.
묶어주면 공간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왕 밭에 나온 김에 묶어 주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열심히 묶어줄 끈을 자르고 저는 열심히 묶었습니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합니다.
‘그거 묶어 주는 거 아닌데???’
아랑곳 하지 않고 끝까지 다 묶었습니다.
마지막에 한 분이 직접 밭까지 내려오셔서 한 마디 합니다.
‘묶어주면 배추가 안에서 곯아서 안돼요’
‘잎이 퍼지니까 숨 쉴 틈이 없어 보여서요’
‘지가 알아서 다 숨 쉬고 큰다니까요?’
‘(하긴 언제 사람이 해줘서 컸나?)’
식물은 스스로 크는 것 같습니다.
괜한 짓 하느라 땀 좀 쏟았습니다.
열심히 묶은 거 다시 다 풀러 줬습니다.*^-^*
어머니 말씀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께도 여쭤보려 했었는데 이미 안 계십니다.
묶다 보니 진딧물이 생겼습니다.
진딧물까지 퍼지니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주말 농장 사무실에서는 자주 안 오니까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거랍니다.
약하게 처방(?)한 농약이 있으니 뿌려 주랍니다.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실하게 자란 것 같아도 이미 많은 배추들이 진딧물 공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농사 참 쉽지 않습니다.
겨우 5평인데~~~
전문가
나는 특정영역에서 나보다 탁월하지 않은
사람을 결코 만난 적이 없다.
- 랄프 왈도 에머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