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노예
“맞다! 병은아! 너도 가자!”
“어딜?”
“벼룩 시장!”
“거길 왜 가는데?”
“어차피 안 입는 옷 가져가서 파는 거야!”
“그런데 왜 내가 가야 해?”
“같이 파는 거지?”
“싫은데?”
“아이 참! 니가 옆에서 ‘골라! 골라!’하란 말야!”
“그걸 왜 내가 해?”
“너 그런 거 잘 하잖아?”
“나 못하는데?”
‘뭔 이야기를 하는지~~~’
은지와 병은이 둘의 대화가 연결이 안 됩니다.
하지만 튕겨 나가는 병은이와 살살 꼬시는(?) 은지의 대화 속에 은근히 협박과 복종의 리듬을 탑니다.
사실 병은이는 은지가 꽉 잡고 있습니다.*^-^*
은근히 대꾸는 하지만 은지의 이야기에 늘 인정을 합니다.
옷을 사더라도 은지가 사주면 군 말이 없습니다.
전혀 입어보지 않은 패션도 은지가 추천하면 그대로 받아 들입니다.
은지가 학교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벼룩 시장에 간답니다.
입지 않는 옷이나 쓰지 않는 학용품과 장난감을 갖고 가서 판매를 한답니다.
수익금은 물론, 판매한 돈은 모두 나눔 재단에 기부를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기부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의 연결인가 봅니다.
재미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도 안 입는 옷 내 놓으세요’ 합니다.
마침 옷 정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차에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병은이 옷은 계절마다 입을 옷이 달랑 정해져 있습니다.
버릴 옷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잘도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버리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판매하는데 자신이 없다’고 하길래 ‘병은이를 데려가!’했더니 거실에 난리가 났습니다.
‘가네!’ ‘안 가네!’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판매할지 서로가 흉내를 내느라 한바탕 법석을 떱니다.
흉내 내는 모습이 더 재미 있습니다.
정작 현장에 가서는 하나도 하지 못할 흉내를 냅니다.
‘골라! 골라!’
‘하나 사면 하나 더 드려요’
‘100원입니다. 10원에도 드려요’
‘공짜! 공짜!’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별의 별 멘트가 다 나옵니다.
한참을 떠들고는 병은이가 ‘안 간다’고 버팁니다.
은지와 아이들의 장터가 궁금하기만 합니다.
자발적인 노예
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다.
- 강 신주의《감정수업》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