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졸다가...
“아니~ 날라오셨어요?”
“좀 빨랐지?”
“보통 4시간은 걸리는데요?”
“어떻게 달리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피곤하지 않으세요?”
“중간에 주유를 해서 그렇지, 아무것도 안 했으면 더 빨리 왔을 껄?”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사고 안 나게 조심운전 하지~ 늘~”
“밤이라 차가 별로 없지요?”
“그래서 더 달리게 되더라구~”
“조심하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집 떠난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대충 마무리하고 나중에 다시 이동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내친김에 몰아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부산에서 광주로 이동해야 합니다.
부산에서 마무리하고 끝난 시간이 이미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남해안 고속도로는 여러 번 경험했지만 밤길은 처음입니다.
그래도 밤길에 이동해야 다음날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리라는 생각보다는 지방 일정을 마무리 하면 훨씬 수월해진다는 안도감만이 앞섰습니다.
미리 연락을 해두어서 숙소는 겨우 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충 먹거리를 챙겨 출발은 했지만 막상 운전을 하다 보니 먹을 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챙겨준 봉지 안에서 연시가 터지는 바람에 다른 것 까지 전부 적셔 놓았습니다.
할 수 없이 먹기를 포기하고 네비양(?) 지시대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사실 처음 부산에서도 길을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되돌아 빠져나가면서 다시 헤매고 있습니다.
네비양이 서울 사람인가 봅니다.*^-^*
정신 없이 헤매더니 원위치 하고 말았습니다.
두 번을 돌고도 여전히 헤매길래 아예 네비양을 무시하고 바깥쪽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제서야 겨우 중심을 잡습니다.
‘참말로!’
‘나보고 어쩌라구~’
겨우 중심을 잡았나 했더니 아무래도 또 이상합니다.
고가도로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랫길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네비양은 여전히 순조롭게 이동하는 것으로 안내를 합니다.
중간중간 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머리 위의 고가도로를 탔더라면 신호등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를 합니다.
결국 부산을 다 빠져나가서야 정작 가야 할 남해안 고속도로와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더 가서 유턴을 하고도 남해안 고속도로를 만나는 데는 30분은 족히 소모해야 했습니다.
제대로 가도 자정을 넘길 판인데 부산에서 한 시간은 더 허비한 것 같습니다.
나름 한 페달(?) 한다고 생각하니 졸음도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도 엄청 달렸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공익광고를 떠올리면서도 무시하게 됩니다.
‘우리 엄마는 핸드폰 받으면서도 운전하신다~’
‘우리 아빠는 엄청 빨리 달리신다~’
다행히 무사히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기다리지 말라고 했지만 직원이 잔무가 있다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런!’
만남의 기쁨보다 과속 운전 지적만 받았습니다.
천천히 운전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사실 큰 일 날 일 한 겁니다.
바보같이~~~
깜빡 졸다가...
빠르다는 게 뭐지?
밥을 10분 안에 다 먹는 것?
제한속도를 10퍼센트쯤 넘기는 것?
문득 사고를 당한 날 엄청나게 엑셀을 밟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잠도 줄여가며 원고를 쓰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하필 그 순간 깜빡,
정말 아주 깜빡 졸았습니다.
나의 질주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던 내 삶이 급 브레이크를 밟았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나는 내동댕이쳐졌습니다.
- 유 영만의《곡선이 이긴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