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함께
“왜? 오늘도 하시 게요?”
“여기는 항상 비워 둬야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당신이 안 하면 내가 하는 거지 뭐?”
“고마워요”
“도와주는 거 아니라며?”
“내 일이라 생각하고 해야지 돕는다고 생각하면 안 하니 만 못하지요”
“어허! 그 말은 더 이상하네?”
“뭐가요?”
“그럼 이게 내 일인 감?”
“아이! 그런 말이 아니라~”
“그 동안 자기가 내 일을 도와 준거네?”
“그런 뜻이 아니고~”
“이거 언제부터 내 일이 되었지?”
“누구에게 정해진 일이 아니라는 뜻이지 그게 어디~”
“이거 내가 하면 당연한 거네?”
“아이 참!”
가끔은, 아니 자주(?) 설거지에 손을 댑니다.
오래 전에 ‘내가 도와줄께!’했다가 한방 얻어 맞았습니다.
‘그게 왜 나를 돕는 거예요?’
말 뜻을 따지면야 돕고 말고도 아니지만 언뜻 그렇게 생각을 하고 늘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설거지의 주인은 따로 없다면서 돕는 것이 아닌 그냥 하는 거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말이 우스워집니다.
‘내 일이라 생각해야지~’
설거지가 내 일이면 그 동안 아내가 저를 도와 열심히 설거지를 해준 꼴이 되는 것입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결국은 도와준 사람은 아내라는 의미가 됩니다.
바로 공격 들어갔습니다.
참으로 용감하기도 합니다.*^-^*
말꼬리에 아내가 꼼짝 못합니다.
장난 더 치면 안 됩니다.
모처럼 할 말을 한 기분입니다.
원래 말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많은데 용케 말꼬리 잡는데 순간포착이 정확했습니다.
‘설거지는 내일이라 생각하고 해야 한다’
누구에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하긴 많지도 않은 몇 가지 그릇 가지고 엄청 뽀대니까 하는 말 같습니다.
그래도 참 재미 있습니다.
아내를 놀리는 일은~~~
둘이서 함께
우리는 이제 막 답을 찾기 시작했을 뿐이 예요.
"둘이서 함께 기분 좋은 일을 하고 있고,
또 함께해서 서로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이 있기만 하다면,
어떻게 가까워지느냐는 문제될 게 없지요. 그렇게 함께 즐기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들 관계가 살아 숨쉬고 있고, 사랑의 토대가 남아 있다는 얘기지요."
- 미라 커센바움의《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