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감? 맛있는 감?
“엄청 맛있어요!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시원하기까지 해요”
“자투리라고 하던데?”
“자투리는 무슨 자투리요? 최고예요, 최고!”
“집에서 농사 지은 거래!”
“크기도 엄청 커요”
“올핸 가물어서 작다고 하던데?”
“아녜요! 진짜 크기도 크고 맛도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최고예요”
“그럼 종자를 알아봐야겠는데?”
“나중에 꼭 한 두 그루 심었으면 좋겠어요”
“나무가 좋다고 다 좋은 게 열리나? 잘 키워야지!”
“그렇겠죠?”
아내는 나중에 집 뜰에 감나무를 심는답니다.
감 뿐만 아니라 자두 나무도 심는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심는다는 것은 곧 제가 심어야 하는 겁니다.*^-^*
지인이 집에서 농사 지었다면서 감을 보내 왔습니다.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못 생기고 깨진 것들이니 감안해 달라고 했습니다.
‘먹는데 못 생기면 어떻고, 깨지면 어떠냐?’고 싱거운(?) 감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런데 미리 먹어본 아내의 요란한 칭찬이 쏟아집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감 중에서 최고예요!’
평상시 호들갑을 떠는 아내가 아니라서 이상하기까지 했습니다.
보기에도 엄청 크게 만들어진 단감이었습니다.
단감은 쓰라린 기억과 함께 아스라한 추억이 있습니다.
가서는 안 될 곳을 어쩔 수 없이 들어 갔을 때 엄청 먹어야 했던 과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회사 일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떫거나 맛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그땐 엄청 맛이 있었습니다.*^-^*
단감만 보면 그 때 기억이 나서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아내가 깎아준 단감은 우선 크니까 먹음직했습니다.
씨도 몇 개 없어서 발라낼 것도 없습니다.
씹어서 삼켜야 하는데 한번 깨물면 그냥 입안에서 녹는 것 같습니다.
못 생기고, 상처 난 감이라 하더니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골라서 엄선 한 것 같습니다.
가족 같은 지인의 배려에 감사가 넘칩니다.
감하면 떠오르는 가장 재미 있는 말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잣을 가리키면서 한마디 하셨답니다.
‘이게 다 자신감?’
맛없는 감? 맛있는 감?
지금까지 드셨던 감 중에서 가장 맛이 없었던 감은 어떤 감이었나요?
떫은 감, 땡감처럼 먹는 감 말고 느끼는 감 중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게 있을까요?
좌절감, 실망감, 불안감 등 이런 부정적 감정들은 우리를 굉장히 힘들게 합니다.
반대로 지금까지 드셔보셨던 감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감은 무엇인가요?
물론 행복감, 성취감 이런 감정들이겠죠.
우리는 언제나 이러한 맛있는 감과 맛없는 감을 먹고 삽니다.
맛없는 감을 많이 먹을수록 우리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점점 스트레스에 민감해집니다.
맛있는 감과 맛없는 감, 어떤 것을 먹을지 누가 선택할까요?
당연히 스스로 선택하겠죠.
이렇게 말씀 드리면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환경 때문에 그렇게 힘든 거지 그게 내 잘못이냐"
사실, 스트레스는 환경이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다만 똑같은 환경이라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크기가 다르죠.
만약에 5만큼의 스트레스가 주어졌을 때 맛있는 감을 선택하는 분은 1이나 2로 느끼는가 하면,
맛없는 감을 선택하는 분은 10 이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주관적인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우리가 환경을 바꿀 수 있을지, 없을지 빨리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꿀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계속 맛없는 감을 먹고 있다면 결국 나만 계속 손해 보게 되죠.
하지만 바꿀 수 있는 환경이라면 열심히 노력하여 바꿔야만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예컨대 어떤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능력이 부족하여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나요?
당연히 열심히 노력하여 해당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신장시키겠죠.
하지만 스스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이라면,
예를 들어
'나는 왜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이런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게 되었을까?'
이런 것들은 스스로 바꿀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빨리 부정적 감정을 떨쳐내고 생각을 전환하여 긍정적 감정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나 맛있는 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음을 바꾸는 연습이 바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여러분, 앞으로 맛있는 감만 많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동환 교수(힐링닥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