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대한 통찰
“그럼 그 땐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요, 아닌 척 하셨던 것 같아요”
“뭐야~ 지금 엄청 힘들어 하시겠네?” 심리적으로~”
“조카들한테는 이야기 하셨대요”
“허어~ 걱정거리 하나 또 생겼네?”
“걱정한다고 되나요? 차분하게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좋지요”
“스스로 이겨내야지~ 이기라고 이겨지나?”
“요즘은 문화센터에도 안 나가신대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니까요! 걱정이예요”
“함부로 아는 척 하기도 그렇고~ 이거야 원!”
“그냥 가만이 있어요,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놈이랑 같이 살아야 해!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그렇다면서요?”
“그래~ 먹는 것도 나눠 먹고~ 아침마다 ‘잘 잤느냐?’고 인사도 하면서~”
추석 때 만난 윗동서의 모습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는 질병이 찾아 온다는 사실이 부정하고 싶은데도 항상 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이미 많은 분들이 암이라는 불청객을 만나 함께 멀리멀리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질병이지만 쉽사리 정복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식습관이 암과 너무 친해져 있다고 합니다.
기름진 음식은 물론이고, 흰 쌀밥에 불규칙한 식습관도 한 몫을 단단히 합니다.
어렸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흰 쌀밥을 구경하기 힘들었던 것을 감안해도 요즘은 너무 흰 쌀밥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안 좋다는 것은 입에 맞고, 좋다는 것은 입에 안 맞습니다.
요즘처럼 햅쌀이 나올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체 수요를 채우지 못해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엄청나다는 돼지 삼겹살만 해도 대표적으로 암과 친한 음식이랍니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먹습니다.
이미 장인어른이나 장모님, 그리고 어머니까지 모두 암이란 불청객과 함께 먼 여행길에 오르셨습니다.
언제 되돌아 오신다는 기약도 없이 아무 말씀도 없으신 채로 떠나셨습니다.
무슨 병이 생겨도 달관해서 능히 이겨낼 것이란 확신이 들었던 장인어른조차 순순히 따라 나서셨습니다.
장모님은 참으로 고생만 하시다가 아주 가벼운(?) 몸으로 만드시더니 쉽게 업혀가셨습니다.
그나마 우리 어머니는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같은 병실의 모든 환우 들에게 [대장] 소리 들으시면서 웃음보따리를 매일 선사하셨습니다.
간호사들은 물론, 의사 선생님조차 최고 모범적이라고 칭찬을 퍼부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청객이 부를 때는 그 흔한 웃음 한번 지어주지 않으시고 함께 떠나 가셨습니다.
하긴 아버님도 경우가 다르기는 해도 병원이란 곳에 들어가셔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시고 영영 떠나셨습니다.
순식간에 우리 자식들에게 고아란 굴레를 씌워주고 말입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수시로 대화를 나누던 동서 형님이 시무룩해지셨습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으셔서 함부로 이야기도 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조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을 보아서는 나름 이겨낼 힘을 얻으시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는 외부에 조카들과 나들이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바라만 보아야 하는 처지가 더 괴롭습니다.
하긴 오픈 된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다니시던 문화센터라도 다시 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와 의사소통 하시는 처형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암에 대한 통찰
우리 몸에는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이 늘 같이 있다.
그 둘이 균형을 이루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떤 요인에 의해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기는 거다.
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균형을 깨트려 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너무 많아서 암의 이유를 딱히 뭐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 김 의신 박사(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 1991년과 1994년 미국 최고 의사에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