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

겸손한 마음

더큰그림 2015. 11. 23. 11:06

봉다리, 이 봉주선수를 소개합니다

와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와아~~~”

 

한마디 하시죠! 달릴 때 주의할 점이라든가~”

~ 무엇보다 안전이지요. 몸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오바페이스를 하면 안 됩니다

~바 페이스요! 여러분! ~바 페이스를 하면 안 된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달리기 하세요! 감사합니다

와아~~~”

 

단상에는 무지 많은 손님들이 왔습니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손기정 평화마라톤 대회]입니다.

국회의원들도 오고 각 단체의 장들이 와서 한마디씩 해야 합니다.

가장 필요 없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최측 입장에서는 스폰서만큼은 한마디 하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어쨌든 한마디씩 모두 끝나고 출발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이 봉주선수가 왔다고 소개합니다.

그 사람은 예외입니다.

언제나 겸손하고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으로서 국민 마라토너란 이름까지 따라다닙니다.

한마디 하면 모두 귀 담아 듣습니다.

 

처음부터 치고 달리면 안 됩니다

!’

 

지난번 달릴 때 교훈 삼아 어차피 힘들 텐데 처음 달릴 수 있을 때,

좀 빨리 달려 놓으면 나중에 힘들어서 천천히 뛰어도 될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뛰지 말라고 한 마디 던집니다.

그것도 국민 마라토너이 봉주선수가~~~

하긴 컨디션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금년 달리기 마지막 농사(?)로 이 대회를 선택했습니다.

특별히 손기정선생님을 기억하고 기리는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출발은 상쾌했습니다.

잠실 운동장에서 구리대교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잠실운동장을 지나쳐

탄천으로 치고 올라가 멀리 경기도계까지 달려갔다가 와야 합니다.

뻔히 아는 코스이지만 매번 힘들게 되돌아온 코스로 기억됩니다.

그러니까 하프는 한강에서, 나머지 하프는 탄천에서 소화하도록 했습니다.

 

처음 하프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여전히 뒤에 따라오는 선수(?)들이 꽤 있었습니다.

점점 앞질러 가더니 아직도 있기는 한데 몇 명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달리면서 왜 그렇게 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벌러덩 누어버렸습니다.

자원 봉사하는 학생이 와서는 어디 아프냐?’고 걱정도 합니다.

지나가는 페이스 메이커가 파이팅!’을 외쳐 줍니다.

 

가야 합니다.

아무리 졸립고 힘들어도 가야 합니다.

드디어 두 번째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여전히 딸리는 체력을 무시하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제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다행히(?) 어그적 달리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결국 17명을 제치고 나니 마지막 1km가 남았습니다.

앞쪽에 아직도 어그적(?)거리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마음만 앞 서 갑니다.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 잠실 운동장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골인입니다.

 

똑 같은 숫자가 겹치면 좋다고 하던데 111번째 완주했습니다.

소아암 어린이 돕기 모금이 다시 불 붙어, 누적으로 1,600만원이 넘었습니다.

어린이 2명에게 줄 후원금이 200만원 더 생겼습니다.

1m1원의 기적이 계속됩니다.

42,195원 또 적립했습니다.

 

겸손한 마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수 생명은 끝난 것이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

 

- 이 승엽 선수(프로야구 선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