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인정

모닝레터 2015. 7. 1. 12:45

“그런데 그거는 왜 잎을 그렇게 따주세요?”
“아~ 이거요? 쌈 싸먹지요?”
“그럼 뿌리가 안 생길 텐데요?”
“이게 뿌리를 먹는 거예요?”
“그럼요~ 우리도 인터넷 찾아보고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왜 잎을 안 따고 그냥 두나 했는데?”
“이것 보세요, 하나 캤는데 이렇게 커요”
“엥? 그럼 우리 꺼는 아예 뿌리가 없겠는데요?”
“쌈으로도 먹는가 보네요?”
“우린 쌈으로 먹었지요, 계속~”
“이제는 그만 따내고 뿌리를 키우세요”
“그래야겠네요”
“밭을 참 관리 잘 하세요”
“아녜요, 그냥 시골 출신이라~”

모처럼 바로 옆에 밭에서 풀 뽑는 이웃을 만났습니다.
처음 심을 때 만나고 오랜 만에 만나는 것입니다.
제각각 언제 다녀가는지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는 척하고 농작물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쳤었습니다.
웬지 시큰둥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내나 저나 나름 시골에서의 어릴 적 경험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밭 고랑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무 가깝게 심으면 안 된다’ 하면서 참견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식물의 특성조차 모르고 허둥대는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긴 그 채소는 잎을 따서 쌈으로 먹기도 한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잎을 따 먹다가도 어느 정도 지나면 뿌리가 안도록 잎을 그냥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채소가 아닌 수입 채소이다 보니 어릴 적 본 적이 없습니다.
매일같이 상추와 함께 억척스럽게 먹어댔습니다.
알고 보니 빨간 무우가 생기는 [비트]라는 채소입니다.

어느덧 채소밭에 무르익어가는 각종 채소들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추는 어느덧 할 몫을 다했는지 시들해져 갑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던 대파가 겨우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새로 심은 20일 무우는 벌써 잔뜩 싹을 틔어 솎아주어야만 합니다.
가지랑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고추는 풋고추로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오이 고추라 해서 심었더니 오이만큼 크게 자랐습니다.

하긴 처음에 고추도 적당히 줄기 아래에 잎을 따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 주었습니다.
토마토만 원줄기를 두고 곁에 새로 나는 가지를 따주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고추 농사는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실수 인정

인간에게 완벽을 바라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실수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니 솔직하게 인정한 뒤, 밤에 발 뻗고 편히 자는 편이 낫다.
때로 실수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불완전한 존재여서 좋은 점이 또 있다.
남들이 나의 불완전함을 알면 기뻐한다는 사실이다.

- 노먼 커즌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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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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