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 통신

모닝레터 2015. 3. 27. 12:04

“아니~ 그걸 아직도 안 봤단 말이 예요?”
“얘기는 들었어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그거 녹화된 것 되돌려서 봐야 합니다”
“어떻게 보는데?”
“은지보고 해 달라고 하세요”
“은지는 봤을 라나?”
“그거 안 보면 요즘 젊은이들 속에서 끼어들지를 못합니다”
“무슨 얘긴데?”
“별 그대요! 별에서 온 그대입니다”
“우주인?”
“말하자면 그렇죠! 지구에 와서는 400년 동안 대학도 다니고~~~”
“이번에 오면서 [인터스텔라]영화 봤는데~ 갈 때 반 또 봐야 해!”
“아! 그거 보셨습니까? 재밌죠? 어디까지 보셨습니까?”
“그냥 뭐! 줄거리 이야기 해주면 안 되지~”
“반 보셨으면 박사가 속인 거 알았습니까?”
“몰라~”

일본에서도 [별 그대]가 인기몰이를 하는가 봅니다.
중국에서 워낙 인기를 얻다 보니 안 보면 이야기 속에 끼어들기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당장 일본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안 됩니다.

‘뭔 말을 하는지~~~’

결국 이야기로 대충 줄거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마침 일본 행 비행기에서 ‘봐야지~’ 하면서 못 본 [인터스텔라]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적으로 반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나머지는 귀국하면서 보려고 했습니다.
남기고 싶어서 남긴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레시버를 벗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난데 없는 우주 이야기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무슨 무궁화 꽃도 아니고~~~’

요즘 일본에서도 가는 곳마다 중국 관광객들이 가득합니다.
호텔에서도 단체 손님 때문에 아침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제시간에 식당에 갔는데도 이미 줄이 식당 앞에서 로비까지 가득 채우고 넘칩니다.
관광지라 할만 한 곳이면 어김 없이 중국 관광객으로 가득하답니다.
씀씀이 또한 장난이 아니랍니다.
보통 한 두 개 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매장에 있는 전부를 싹쓸이 하듯 한답니다.
식당을 하다가 한류 거품이 꺼지면서 면세점으로 전환했더니 대박이랍니다.
순간순간 변신이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한국식 권리금까지 암암히 등장했던 가게가 임대료 원금까지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마치 우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어딘가에서부터 신호가 있었을 텐데~~~
아무튼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사람이 빠른 것’이랍니다.

책꽂이를 자세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떨어진 책에 모스부호라도 있으면 해석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집에도 우주인이 연락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시계로 맞추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하계 통신

저 세상에서 신호가 왔다
무수한 전파에 섞여 간헐적으로
이어져오는 단속음은 분명 이 세상의 것은 아니었다
그 뜻은 알 수 없으나 까마득히 먼 어느 별에서 보내 온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였다
더욱이 이 세상에서 신호를 받고 있을 시각에
신호를 보내는 저 세상의 존재는 이미 없다
그 신호를 몇 백 년, 몇 천 년 전에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만날 수 없는 아득한 거리와 시간을 향해 보내는 신호
살아있는 존재는 어딘가를 향하여 신호를 보낸다

- 유 자효의 시〈은하계 통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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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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