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어?”
“뭐요?”
“아이 참! 뭐가 아니고 자기가 좋아한다는 사람!”
“누굴 좋아해요?”
“축구 선수 좋아한다며?”
“아~ 초롱이요?”
“저기 지나갔다니까~”
“어디요?”
“사진 찍어 줄까?”
“에이~ 사진까지는~”
“왜? 순간의 쪽 팔림은 영원한 추억인데?”
“그런 거 안 팔려도 돼요”*^-^*
“내가 주선해 줄께, 싫어?”
“싫다기보다는~”
“괜찮은 거지?”
“ㅎ~”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려고 기다리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지나갑니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라는 해설로 브라질에서 축구 대표팀에게 직격탄을 날렸던 사람입니다.
아내는 2002년부터 그 선수가 테레비든 신문에 보이면 ‘참 좋은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당신하고 같이 사진 찍도록 해 줄께’라며 막연한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처음으로 찾아간 축구 경기장에 그가 나타난 것입니다.
사실은 가까운 친구 덕에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직접 만나던 사이입니다.
하지만 짧은 만남이라 기억에 있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 선수가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서 친구와도 멀어진 것 같습니다.
친구가 그 선수를 전도했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아내의 꿈은 곧 저의 실행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해외 여행도 아내가 꿈을 꾼 지역을 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약속이나 된 것 같이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를 다 돌아야 아내의 꿈을 다 이룰 것 같습니다.
남미 안데스 산맥에 잉카제국이 꽃 피웠던 페루의 [마추픽추]는 언제 가야 할 지 막연하기만 합니다.
아내가 ‘가고 싶다’고 했으니 꼭 가야 합니다.*^-^*
어차피 세계일주를 꿈 속에 넣어 두기를 참 잘 했습니다.
사실 그 선수와의 만남을 아내가 꿈 꾸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그렇게 해준다’고 약속한 것 뿐입니다.*^-^*
하프타임에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그 선수와 마주쳤습니다.
잠깐 멈춰 세우고 오래 전 친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행히 친구 이름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고 경기 끝난 후 아내와의 사진도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합니다.
갑자기 흥분되기 시작합니다.
아내가 좋아한다던 선수와 아내와의 사진 찍기 프로젝트 결실이 눈 앞에 환히 다가온 것입니다.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습니다.
입장권 문제로 아내는 ‘먼저 집에 가겠다’고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입장권도 잘 해결되어 함께 경기를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굳이 ‘싫다’고 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가는 길목을 기다려 그 선수를 다시 만났습니다.
흔쾌히 아내와 사진을 찍어 줍니다.
수줍어 하는 아내의 모습과 작은 키의 아내를 보듬어 허리를 숙여주는 그 선수와의 만남은,
마치 소중한 인연의 대 서시 시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어린 왕자 같은 소박한 꿈을 이루어 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잠깐 동안은 부끄러운 듯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흥겨운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부끄러워 하면서도 즐거워 하는 모습에 신나기만 합니다.
우리회사가 축구단 창단하기를 참 잘했습니다.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해도
그의 가슴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사랑이 다 지고 아무 것도 남을 게 없다고 슬프지도 마라.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 양 정훈의《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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