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키로요?”
“10키로요”
“키가 몇인데 그렇게 빼요?”
“지금 여기 나와 있는 수치를 보면 그 만큼 빼라고 나오는데요?”
“이 나이에 그렇게 빼면 쓰러져요”
“아~ 8키로 정도 빼시면 되겠네요?”
“8키로도 그렇지~”
“몸은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에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하는 거 아녜요?”
“운동을 하세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운동한다고 빠지나요? 덜 먹어야지~”
“그럼 조금만 드세요, 야채를 많이 드시고~”
“요즘 운동에 게으르기는 했지요”
“수치상으로는 아주 나쁘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정기 검진을 하려고 병원에 들렀습니다.
일상이 된 듯 병원에 가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몸은 자기가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뭐라 해도 짐짓 생각과 다르면 오히려 퉁명스럽게 자신을 드높이게 됩니다.*^-^*
출장으로 검진 일정을 늦추었더니 오후에 시간이 배정되고 말았습니다.
아침과 점심을 굶었더니 평상시 보다 당장 1키로나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더 빼랍니다.*^-^*

뭔지 ‘새로운 기계가 도입되었다’고 무료로 봐준답니다.
보기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은근히 자랑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정기 검진에 이 기계 사용하면 진료비 더 낼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새로운 기계가 도입되어 ‘처음이라 무료로 측정해 준다’고 했는데,
어느새 정기 검진 항목으로 살짝 포함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비용이 들어 갑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측정을 해 보았습니다.
말도 하지 말고, 더더군다나 움직이면 안 된답니다.
뭔가 수치가 쭈욱~ 올라갑니다.
더러는 평균치를 넘어서고 더러는 평균치에 머뭅니다.
아무래도 평균치를 넘어간 것이 문제가 되는 듯 합니다.

확인하더니 대뜸 살 빼랍니다.
내장 비만도 보인답니다.
그런데 체중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갑자기 10키로를 빼라고 합니다.
10키로를 빼면 오히려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힘 없어서 쓰러질 텐데요?’
‘아~ 8키로만 빼면 되네요’

대화가 재미 없습니다.
그래도 공짜로 측정해 주었으니 겸손히 받아 들여야 하는데 오히려 대꾸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마라톤 100회를 넘기니 달리기도 꾀가 났습니다.
예전과 같지 않은 게으름을 스스로도 느껴집니다.
말은 마라톤을 하니 늘 건강하고 자신이 넘친다 하면서 실제로는 살을 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저의 체중은 마라톤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배 나온 것 빼고는 그런대로 봐 줄만 합니다.
괜히 기계가 오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인격(?)은 필요할 텐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힘이 들어간 눈에 힘을 빼니 뚜렷하게 보이던 편견이 사라졌다.
힘이 들어간 어깨에 힘을 빼니 매일같이
나를 누르던 타인의 기대와 관심에서 가벼워질 수 있었다.
채워 넣기에 급급했던 삶이 비워내는 삶으로 바뀌니 발걸음부터 가벼워졌다.
작은 여유와 쉼이 내 삶을 바꿔주었다.

- 신 옥철의《천만 명이 살아도 서울은 외롭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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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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