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디 갔어?”
“뭐가요?”
“거북이! 거북이가 없어졌어!”
“두 마리 다요?”
“아니~ 한 마리!”
“어디로 가요? 근처에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갔지?”
“기어서 나갔겠지요”
“당연히 나는 놈이 아니니 기었겠지만 어항을 빠져나가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닌데~”
“잘 찾아 봐요”
“한참 찾았다니까~”
“한 마리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그러게~ 우린 이런 거 키우면 안 되나 보다”
“그러게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산 계곡에 갔다가 물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용케 산채로 비닐 봉지에 담아와서 어항까지 사와서 난리법석을 피운 뒤에 기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못 넘기고 이별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계곡에 두었어야 했습니다.
환경이 바뀌고 수돗물을 아무리 받아 두었다가 넣어줘도 약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는 않는가 봅니다.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 하길래 ‘잘 죽지 않는다’는 작은 거북이 두 마리를 사 왔습니다.
특별히 관리 하지 않아도 잘 살아 주었습니다.
가끔 물갈이 하는 것도 반씩 받아 두었던 수돗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 마리가 미동을 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툭!’ 치면 그제서야 헤엄을 치다가 얼마 안 있어 또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밑 바닥에 한 마리가 씩씩하게 헤엄쳐 다니니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씩씩한 거북이가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거실은 물론 베란다 곳곳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병이 났는지 미동도 않던 한 마리가 가끔씩 씩씩한 놈에 이끌려 움직여 주었는데 그마저도 이젠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한 마리마저 더 이상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후로 우리 집에서는 살아 있는 동물을 키우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헤어지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우리 이렇게 살자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게 어렵고,
살리는 것보다
기르는 것이 어렵습니다.

- 변 상욱의《우리 이렇게 살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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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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