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세요?

“나버스 탔지?

“모시러 가려구요”

“됐어뭐 하러 와오지마!
“아녜요지금 나왔어요”
“이미 버스 탔다니까아유왜 또 나오구 그래?~

“그럼 최종 내리는 곳이 어디예요?

“어디긴됐어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비 오잖아요제가 그리로 갈께요”

“아이 참괜히 귀찮게 했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안 될 꺼 같아요”

“내가 괜히 일 만들었네~

 

얼른 뛰쳐나갔습니다.

처음에 분위기 파악이 안 되었지만 얼른 나가서 중간에라도 처형을 모셔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집안 분위기 망가트린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모시고 가서 배추도 내려 놓고 담가놓으셨다는 김치도 가져와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처형은 집으로 가시려고 버스에 탑승을 하셨답니다.

차라리 아직 안 나오셨으면 늦게라도 모시러 가면 되는데 늦어버렸습니다.

 

사실 처형과 관련된 일은 모든 일에 우선해 왔습니다.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만 늘 부모님 같은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은지와 병은이가 어린 시절에는 도맡아 키워주신 엄마 같은 이모였습니다.

아이들도 지금까지 어릴 적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니 기억하도록 항상 주지 시키고 있습니다.

아마 아내는 그래서 처형을 모시는 일이라면 열일 제쳐놓고 나섰던 제가이번에도 당연히 하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내의 성격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아무래도 편두통의 영향이 컸나 봅니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편두통이 진통제 갖고도 제압이 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한 알이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두 알로 공격했는데도 어찌된 노릇인지 더욱 기승만 부리고 있었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이 기억나 연거푸 물을 들이켜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어차피 수습은 제가 해야 합니다.

엎질러진 물일지라도 주워 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합니다.

아내의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울음보를 터트릴 것만 같았습니다.

우선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일은 벌려 놓고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와서는 처형 댁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처형과 계속된 통화로 비 오는 가운데 중간에서 픽업하여 집까지 모셔다 드릴 수 있었습니다.

답답한 심정은 처형이나 윗동서나 매 한가지입니다.

심술부리는 제부를 달래가며 김치 통을 비 맞으며 차까지 들고 나오셨습니다.

처형이 차창 너머로 외마디 던지십니다.

 

‘나를 봐서라도 참아!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죠?

 

"당신은 왜 하필이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죠?" 라는 질문에

아나스타시아는 그냥 단순히 대답했어요.

"그런 질문을 내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누구도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설명하지 못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겐 최고입니다."

 

블라지미르 메그레의《아나스타시아3》중에서 -

'모닝레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레는 일을 시작하자  (0) 2015.11.19
남자가 화를 잘 내는 이유  (0) 2015.11.18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0) 2015.11.16
나의 결점을 주위에 널리 알려라  (0) 2015.11.16
그 겁쟁이 아이...  (0) 2015.11.13
Posted by 더큰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