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잘 했어?

“엄청 힘들었어요”

“왜힘들 께 뭐가 있어?

“햇빛에 완전 노출된 거 있죠?

“그야밖에서 하면 당연히 햇빛과 놀아야지!

“애들은 난리 법석이죠애들이 갖고 온 물건은 팔리지도 않죠~
“안 팔려병은이가 안 가서 그랬구나?

“맞아요병은이가 와서 손님들을 잘 설득해야 하는데~

“팔릴 물건을 가져와야 팔리지~

“그러게요애들은 그냥 집에 있는 자기기준으로 아무거나 들고 와서 팔려고 하니까~

“얼마나 팔았는데?
“모르지요판매된 금액은 전부 기부하고 남은 물건도 전부 기증했어요”

“아나눔 장터라 했지?

“안 팔려도 애들은 완전 신났어요”

“애들이야 재미 있지~

“그런데 우리 판매대에 손님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거 있죠?

“안 팔렸다며?

“애들이 뭘 모르잖아요그래서 어른들이 엄청 몰렸어요”

“그래도 꽤 팔렸나 보네?

“그렇죠워낙 싸게 팔았으니까~

 

드디어 은지가 토요 벼룩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하루 종일 서 있느라 피곤하다고 엄살이 지나칩니다.

썬텐을 했는데도 얼굴이 벌겋게 타올랐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녁을 먹으며 하루 종일 있었던 에피소드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자리를 피하려 해도 꽉 붙잡고 놔주지 않습니다.

아내는 슬그머니 벌써 사라졌습니다.*^-^*

병은이는 아예 방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결국 은지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어야만 했습니다.

 

‘아빠가 오셨으면 엄청 좋아하셨을 꺼 예요’

‘왜내가 뭘?

‘아빠 좋아하는 물건이 많았다니까요?

‘그럼 사오지???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잡동사니 모으기를 좋아하는 아빠를 비아냥 하는 건지정말로 아빠편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번은 어디 여행 갔다가 아빠 선물이라고 사온 것이 코카콜라 비치 타올 이었습니다.

아빠가 좋아할 것 같아서 사 왔답니다.*^-^*

한바탕 장터 이야기로 숨 쉴 겨를도 없습니다.

개구장이 꼬맹이들과 시장놀이 하고 마냥 즐거워 합니다.

아무래도 꼬맹이들 중에서 훌륭한 장사꾼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통해 미래의 촛불을 밝히게 됩니다.

판매하는 것보다 꼬맹이들을 데리고 장터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힘들었답니다.

이제는 은지가 제법 선생님 같은 모습이 보입니다.*^-^*

 

설레는 일을 시작하자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로

삶이 행복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위대한 가치나 이데올로기도

내 삶에 구체적으로 경험되지 않으면 실천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지식인이 비겁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구체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 정운의 《남자의 물건》 중에서 -

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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