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장관이네~ 이런 데를 왜 이제서야 올라왔나?”
“저기~ 혹시 이용복가수 아니세요?”
“네! 맞습니다. 제가 이용복입니다”
“맹인가수 이용복씨 맞지요?”
“맞습니다. 제가 1943년생 이용복입니다”
“경치가 참 좋죠? 이쪽도 보세요, 왼쪽으로~”
“아~ 왼쪽도 있지요? 난 오른쪽만 있는 줄 알고~”
“그런데 잘 보이세요?”
“그럼요! 아주 잘 보입니다. ㅎㅎ~ 한라산이 좋기는 좋네요”
“제가 오늘 뜨겁게 한 수 배웠습니다”
“아무것도 가르친 것 없는데요?”
“선생님의 지금 그 유머는 정말 최곱니다”
“정말 경치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존경합니다”
중학교 시절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울보는 아니었지만 아마 그 때 엄청 눈물을 흘렸던 것 같습니다.
통기타 들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기타도 내 던지고~~~
울고 있는 장님 동생을 부둥켜 안고 같이 울던 누나~
드디어 무대에 서서 간절하게 울부짖듯이 불렀던 노래,
‘가엾은 어머니 왜 날 나셨나요?’ ♬♪♩
아마 극장 안에 모든 사람들이 울었을 것입니다.
영화로 봐서 기억나는 맹인가수 이용복 역은 영화배우 남진으로 기억됩니다.
어쨌든 길거리에서 직접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지인 한 분이 한라산 등반을 했는데 거기서 감탄을 연발하는 맹인가수 이용복씨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 분 맹인 아니세요?’
‘그러니까~맹인인데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니까 처음엔 어리둥절 했지~’
‘그런데 왼쪽으로 보라니까 정말 따라서 왼쪽을 보세요?’
‘그렇다니까~ 고개를 돌리더니 ‘왼쪽도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을 어찌나 하든지~’
‘두 눈 크게 뜨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더 감사가 넘쳤겠네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장님도 경치를 아름답게 즐기는데 하물며 두 눈 뜨고 얼마나 감사해?’
‘감동이네요?’
‘감동이야 영화 볼 때도 감동이었지~’
그랬습니다.
영화 볼 때도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비록 힘들게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한탄하며 어려워 했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달관하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도우미와 함께 올라 정말로 보고 싶었을 텐데 그 아쉬움을 달래듯이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을 연발하더랍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모여 들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건네는데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일일이 답변하면서 함께 즐거워 하더랍니다.
밝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굴곡들이 한 순간에 다 사라진 듯 평안한 모습 그 자체였답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로 맹인가수 이용복씨는 또 다른 축복을 받았답니다.
아니 진짜 축복 받은 사람들은 엉겁결에 함께 등반해서 진짜 아름다운 경치를 두 눈으로 바라본 등산객들이었을 것입니다.
보지도 못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치를 찬미할 만큼 여유와 풍요로움을 간직한 이용복씨야 말로 진짜 행복한 사람입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이용복씨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떠 올려 봅니다.
♬♪♩바람이 휘몰던 어느 날 밤, 그 어느 날 밤에~♬♪♩
어머니 왜 나를 나셨나요?
바람이 휘몰던 어느 날 밤, 그 어느 날 밤에
떨어진 꽃잎처럼 나는 태어났다네.
내 눈에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 잊을 수가 없어
가엾은 어머니 왜 나를 나셨나요?
봄 여름 가을이 또 겨울이 수없이 지나도
뒹구는 낙엽처럼 나는 외로웠다네
모두들 정답게 어울릴 때도 내 친구는 없어
그림자 밟으며 남몰래 울었다네
- 이 용복(맹인가수, 1943년 3월 4일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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