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장?

“왜 그거 있잖아요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찬송가!

“내진정 사모하는그거?

“맞아맞아요몇 장이죠?

“여깄다. 88장이네! 88!

“그거 불러요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셨으니까~

“그거 좋겠네!

“원래는 아버지가 처음부터 자주 부르신 찬송이 아니고~

“그렇지그거 원래는 우리 집에서 하숙 하던 학생들이 아침예배 때 늘 부르던 찬송이야!

“맞아요아버지도 아침예배를 참석하셨어요”

“그 학생들 영향이 참 컸어우리 집은~

“저도 그 형들 때문에 꿈이라는 것도 꾸게 되었지요”

“아무튼 그 때는 매일 같이 찬송 부르며 예배를 드렸지!

“음 잡아요너무 높게 잡지 말고~

 

아버지 기일에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작은 형수님 댁 거실에 걸려있는 어머니 칠순 때 찍은 가족사진에는 없는 사람이 벌써 5명이나 됩니다.

일찍 돌아가신 작은 형님과 작은 누님그리고 금년 초에 먼저 간 막내 매부를 비롯해서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십니다.

형제들이 다 모여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모이면 옛날 이야기가 샘 솟듯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추모 예배를 드리고 모셔져 있는 납골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해 봅니다.

예배를 드린다고 누가 특별히 주관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평소 좋아하시던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다 같이 읽으면서 회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문득 아버지가 성경책을 불 태우신다고 라이터 불로 성경책에 불을 붙였는데,

이내 꺼지고 또 꺼지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였기에 부분만 기억한 것이었습니다.

큰 누님은 그 때 그 일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습니다.

가끔 술을 드시면 가족들이 교회 다니는 것을 방해하셨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교회 다니시는 것을 싫어하셨습니다.

그 때는 교회가 집에서 꽤 멀었습니다.

자동차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한번 교회를 다녀오면 꽤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싫어하셨습니다.

아버지도 교회에 다니자고 해도 여간 해서 발길을 옮기지 않으셨습니다.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신다고 성경책을 불태우려 하셨던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이 웬지 씁쓸했지만,

이야기가 나온 김에 큰 누님의 증언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책은 불이 붙는가 하면 꺼졌고다시 붙이려고 마구 꾸겨서 불을 붙여도 이내 꺼지고 말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무척 신기하고 고소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제지를 받으신 아버지의 더 커진 역정으로 인해 살벌하기만 했던 집안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그 때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새 성경책을 사 들고 오셨습니다.

 

결국은 교회에 발길을 옮기시고 지방 발령을 받으시면 늘 가족예배로 위안을 삼곤 하셨습니다.

처음부터 훌륭한 크리스챤은 아니셨지만 꽤나 성경지식을 가지셨고찬송가를 부르기를 좋아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늘 부를 수 있는 찬송가를 남겨주신 아버지의 신앙에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가실 때에도 자녀들이 부르는 찬송가를 끝까지 들으시며 떠나셨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도 부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아버지 기일의 풍경입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처음 듣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기만 합니다.

자연스럽게 마음대로 교회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고맙게 생각이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할머니의 깊고 넓은 신앙생활에 큰 감명이 있었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내 진정 사모하는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 구주 예수님은 아름다워라

산 밑에 백합화요 빛나는 새벽 별 주님 형언할 길 아주 없도록

내 맘이 아플 적에 큰 위로 되시며 나 외로울 때 좋은 친구라

주는 저 산밑에 백합 빛나는 새벽 별 이 땅 위에 비길 것이 없도다.

 

내 맘의 모든 염려 이세상 고락도 주님 항상 같이 하여 주시고

시험을 당할 때에 악마의 계교를 즉시 물리치사 나를 지키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려 끝까지 나를 돌아보시니

주는 저 산밑에 백합 빛나는 새벽 별 이 땅 위에 비길 것이 없도다.

 

내 맘을 다하여서 주님을 따르면 길이길이 나를 사랑하리니

물불이 두렵잖고 창검도 겁 없네 주는 높은 산성 내 방패시라

내 영혼 먹이시는 그 은혜누리고 나 친히 주를 뵙기 원하네

주는 저 산밑에 백합 빛나는 새벽 별 이 땅 위에 비길 것이 없도다.

 

찬송가(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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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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