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쁨과 평안

모닝레터 2015. 4. 11. 11:53

“빨리 중심을 잡아야지요?

“그게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란다”

“당연하죠그렇다고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작은 형수가 그러는데 8년 걸렸다 더라”

8년이요?

“그래!

“형수는 비교적 빨리 회복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보인 거지!

“아니형은 오랫동안 아파서 간호하느라 엄청 힘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해방감도 있었을 텐데요?

“그건 바라보는 우리들 생각이고~

“그렇게 힘들었대요?

“그래지난 명절에 이야기 하더라”

“그랬군요?

 

동생 남편이 어처구니 없게 세상을 떠난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인 것은 잘 압니다.

그래도 이제는 빨리 회복하고 삶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녀들도 있고엄마로서 굳건한 지주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례를 치르면서 아예 넋을 내려 놓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회복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순간순간 생각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 모양입니다.

곁에서 차분하게 지켜주는 큰 누님조차 할 이야기를 못하면서 무조건 들어주는 삶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막내면서도 가장 어른스럽게 행동했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흘러 갑니다.

그런데 이제는 원래의 막내로 되돌아 온 느낌입니다.

하긴 나이를 먹어도 막내는 막내입니다.

언니 오빠들에게 응석을 부려도 괜찮은 막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막내가 남편을 졸지에 잃고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동생에게 큰 위안을 준 사람이 바로 형수입니다.

형님은 우리 집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살림꾼이었습니다.

비록 술을 좋아했지만 순간에 찾아온 뇌졸 증으로 오랜 시간 투병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헌신적인 간호를 하시던 형수님이 오히려 이제는 벗어날 것이란 생각에 다행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빠를 잃고 힘들어하던 어렸던 조카들을 끌어 안고 엄마로서의 큰 역할을 잘 감당해주셨습니다.

게다가 늙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오랜 세월동안 부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고부간의 삶으로 꽤 오랜 시간 흘렀던 것입니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어머니를 혼자서 모시느라 다니던 직장까지 내 놓으셨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가장 슬퍼하면서 떠나 보내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형님이 돌아가신 것은 형수님에게는 커다란 짐을 내려 놓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몸부림 속에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힘들어하면서도 시댁 식구들에게는 일절 그림자 조차 보여주지 않으셨습니다.

유일한 소망은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시면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시는 일이었습니다.

수지침을 배워서 어르신 치료 봉사는 물론이고,

오카리나를 배워서 연주회에도 참석하는 등 사회활동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그런 모습에 ‘형수님은 참 빨리도 극복하셨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막내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힘들어 할 때자신의 어려웠던 지난 날들을 이야기 하더랍니다.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겠구나’하고 생각하는데 자그마치 8년이 걸렸답니다.

8년이면 완전히 잊혀지겠냐마는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간인가 봅니다.

막내 동생이 아직은 힘들어 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해 줍니다.

여행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봉사활동을 해도 온전한 기쁨까지 올라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막내가 정신 차리고 홀로서기를 완전히 하기까지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움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롭게 집을 줄여 이사도 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닦아 갑니다.

응원만이 아닌 직접적인 도움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신앙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참 기쁨과 평안

 

참 기쁨과 평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무슨 놀이를 해도 기쁨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참 기쁨과 평안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상관없이 즐거움과 평안을 누릴 수 있다.

 

김 철우 외의《말씀에 빠지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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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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