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올라 온 건데?”
“아뇨! 80%만 해도 돼요”
“이거라니까~ 조금만 더 힘 내면~”
“괜찮아요!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기다리라고 하지 뭐!”
“그냥 내려 가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완전 정상인데~”
“다 봤어요, 충분해요”
“아쉽네”
“아쉬워야 또 기대가 되는 법이예요’
“득도(得道) 하셨구만?”
“ㅎㅎ 웃음도 안 나와요”
“그러자구! 내려가지 뭐!”
한참을 기다려도 올라오지를 않습니다.
이미 선두는 하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선두보고 내려가면서 우리 집사람 보면 ‘정상에서 기다린다’고 이야기 해달라 했습니다.
정상은 아무래도 공간이 비좁아 여러 명이 오래 머물 수가 없습니다.
‘언제 여길 다시 온다고~’
이왕이면 아내도 ‘정상에서 360도 사방을 구경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닌데 마지막 400여 미터가 거의 직각 수준에 돌도 많습니다.
보통 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함께 올라와야 했지만 꾸준하게 천천히 걷는 아내는 내버려두면 잘도 따라 왔습니다.*^-^*
언제나 처럼 ‘혼자 올라오는 것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밀고 당기면서 궁시렁 대는 아내를 설득해가며 정상까지 올라 왔습니다.
순간 후회도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태극기까지 휘날리며 몇 번이나 사진을 찍지만 여전히 허전하기만 합니다.
한 장만이라도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필요했습니다.
언제나 포기는 하지 않으니 끝까지 올라오리라 확신은 했습니다.
친구들이 다 내려가고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8부 능선, 아니 99% 위치까지 올라 왔습니다.
정상에서는 다 내려 보입니다.
아내가 마지막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손짓을 했습니다.
안 올라오고 거기서 그냥 내려가겠답니다.
오히려 저보고 빨리 내려 오랍니다.
하긴 마지막 1%의 직벽이 남아 있는데 지친 몸으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정상 옆으로 뻗어 있는 능선까지 설득해서 올라 갔습니다.
그나마 3면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내려오면서 아내의 한마디가 심금을 울립니다.
‘꼭 100%를 채워야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녜요’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모험이다
누구나 편안하고 스트레스 적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그런 쉴 곳을 찾으려 한다.
물론 가끔은 그런 곳에서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배운 것과 친숙해지고 나서는 다시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 등반을 마쳤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마지막 등반을 끝내면 40이든 80이든 우리는 늙은 것이다.
- 프레드 스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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