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했어요”
“잘 했어요? 고마워라!”
“제가 고맙지요~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많이 먹으래서 잘 먹고 있어요”
“그럼요! 가리지 말고 많이 드셔야 합니다”
“먹지 말아야 할 것도 있어요?”
“없어요, 무조건 아무거나 많이 드세요, 특히 단백질~”
“고기는 이빨이 없어서 잘 못 먹어요”
“그러니까 날 계란 드세요, 드실 줄 아시죠?”
“하루 세 개씩 먹는데요?”
“정말 잘 하시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만 믿습니다”
“많이 드시기만 하면 돼요”
“고마워요”
의사 선생님은 짐짓 아이 다루듯이 어머니를 치켜 세웁니다.
‘뭐든지 잘 드셔야 한다’면서 특히 날 계란을 추천합니다.
사실 육식의 습관이 되지 않으신 어머니가 단백질을 드시려면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날 계란이었습니다.
하지만 날 계란은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역입니다.
목구멍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우리 어머니는 날 계란을 참으로 잘 넘기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막바지 치료를 거의 포기하듯이 하면서도,
그나마 어머니가 버틸 수 있도록 아무거나 많이 드시도록 지시를 했습니다.
약간의 항암 치료와 암 덩어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사다 드리라’ 했습니다.
정작 사다 드려도 넘어가지 않으면 드실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드신 것 조차 곧바로 토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머니는 날 계란을 참 잘 드셨습니다.
일부러 찾기까지 하십니다.
매일 세 개씩은 드실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 놓아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삶의 의지보다는 ‘그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셨습니다.
당연히 의사 선생님도 만날 때마다 어머니를 칭찬하셨습니다.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며 ‘하루만이라도 더~’ 하는 심정으로 간호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합니다.
이맘때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이십니다.
신뢰
의사는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의 병은 대부분 고친다.
- 갈레노스(그리스 의학자) -
'모닝레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마저 전염되면... (0) | 2015.06.11 |
---|---|
선배님의 신장 이식 수술 (0) | 2015.06.11 |
산다는 것 (0) | 2015.06.08 |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줘라 (0) | 2015.06.06 |
가족 사랑은 지는 겁니다 (0) | 2015.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