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체

모닝레터 2015. 6. 15. 13:54

“손가락 따줄까?”
“싫어요”
“체한 거 같아?”
“몰라요”
“분명히 체한 거야 일루 와봐!”
“싫다니까요~”
“이거 한방이면 싹 난다니까~”
“그치만~”
“얼른 와~”
“아프단 말예요”
“순간 따끔하기만 하다니까~”
“손톱은 괜찮아요?”
“손톱은 왜?”

그러고 보니 거기까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면 엄마는 늘 실로 손가락을 묶은 다음 바늘로 손톱 위를 콕! 찍어 주셨습니다.
‘이것 봐라!’하시면서 시커멓게 나오는 피를 손가락을 누르면서 많이 빼내려고 하셨습니다.
‘시커멓다’고는 하나 분명 색깔은 빨갰습니다.
언젠가부터 혼자서도 손가락 따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었습니다.

은지가 저녁을 먹고 체했는지 힘들어 합니다.
밥맛이 없다면서 떡볶이랑 순대를 사 들고 오더니 아무래도 배 속에서 요동이 치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뭔지는 몰라도 피를 좀 빼주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멋모르고 손가락을 따 준 적이 있지만 기억이 없는 모양입니다.
체했을 때 손가락 따 주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저와, ‘큰 일 날것’으로 걱정하는 은지와 대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손톱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손톱 바로 위를 바늘로 찌르면 속에 있는 손톱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그거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손톱 위에 바늘이 찔러지면 손톱의 뿌리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손가락 따는 일은 실패했습니다.
생각이 너무 깊으면 안 좋은 것도 있습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민간 요법의 마술이 닫혀갑니다.

‘손가락 따면 정말 괜찮은데~~~’

급체

무언가를 헐레벌떡 먹는 일에만 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과 마음에도 급체가 있습니다.
몸의 급체는 어머니의 약손이 배를 둥글게 문질러 다스릴 수 있지만,
마음이 체하면 명약이 없습니다.
그러니 되도록 마음이 급체를 앓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문 태준의《느림보 마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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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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