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네?”
“나는 싸다고 무조건 안 사요”
“거~ 듣는 사람, 기분 묘하네?”
“네? 아~ 그런 뜻이 아닌데~”
“아니! 뭐~ 들으라고 한 말 같은데?”
“아녜요! 싼 것보다는 맛이 우선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누군 맛과는 상관 없이 싼 것만 사는 것으로 들리는데?”
“아이 참! 지나 오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아 보이길래 샀어요”
“잘 했다구~ 누가 뭐라나?”
“~~~”

아내가 퇴근 길에 방울 토마토를 사 왔습니다.
꽤 튼실해 보이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아주 저렴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두 상자를 사 갖고 와서는 ‘맛있어 보이죠?’하면서 끌어 들입니다.
먹는 것을 사 왔다는데 싫다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웬지 뼈있는 말로 들렸습니다.

함께 쇼핑을 가면 가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것 저것 담았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뭔가를 하나 더 붙여 놓은 것이면 손 쉽게 카트에 담깁니다.
아내는 그때마다 성화를 합니다.
‘꼭 먹을 것만 사야 한다’고~
나서던 일을 멈추게 됩니다.

‘그럼 혼자 쇼핑 다니던가~’

항상 끌고(?) 다니면서 몇 개 더 넣었다고 지적을 받곤 합니다.
하긴 밥 먹고 갔을 때와 안 먹고 갔을 때가 아주 다릅니다.
밥을 아직 안 먹었을 때는 이것 저것을 더 넣게 됩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넣을 수는 없어서 가격이나 덤을 보고 넣습니다.
그런데도 그 와중에 아내의 생각과 다르면 한마디가 날라 옵니다.
은근히 카트만 운전(?)하는 수행비서 같아서 심통이 날 때가 있습니다.
메모지에 꼼꼼히 적어와서 살 것만 사는 아내와 달리
눈에 보이는 대로 손이 가는 저와는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도 꼼짝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촉 사원이 시식을 시키거나, 뭔가를 설명하면 헤어나오지를 못합니다.
미안하답니다.
결국은 아내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되돌아 오면서 한바탕 토론이 벌어집니다.
다행히 웃으며 진행됩니다.

가끔은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굳어져서 상징적(?)이 되어버립니다.
저는 싼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각인된 듯 합니다.
은근히 신경 쓰입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 나를 키운다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만 들리고
마음에 거리끼는 일만 있다면, 이것은
덕을 쌓고 수양하는데 숯 돌의 역할을 한다.
만일 귀를 즐겁게 하는 말만 들리고,
하는 일마다 즐겁다면 자신을 독주에 빠지게 한다.

- 채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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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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