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선생이야?"
"그렇대나 봐~"
"아~ 그래서 여기서 하는 거구나?"
"누군가 가족 중에 선생이 있으면 이곳을 사용할 수 있다더라"
"그렇구만? 며느리 잘 얻었네?"
"그러게 말여! 자넨 언제 며느리 보는가?"
"며느리보단 사위가 먼절쎄"
"언젠데?"
"아직 멀었어 ㅋㅋ"
"천천히 보내도 돼! 서두르지 말라구~"
"자네도 곧 보내야 하는 거 아냐?"
"우리 애는 다니던 직장도 때려 치우고 공부를 더 한대~"
"그것도 의미가 있는 거지~"
"의미는 무슨 의미? 직장이나 제대로 다녔으면 좋겠어!"
"공부하고 또 새로운 직장 얻겠지 뭐?"
"공부도 때가 있는 겨~"
"잘 달래 봐~"
"달랜다고 말을 듣나?"
"하긴~"

이틀 연속으로 결혼식장 나들이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아들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 집 모두 아들인데 며느리들이 교직에 있습니다.
하루는 서울 교총 예식장에서, 하루는 경기 교총 예식장입니다.
메르스 여파인지 예식장이 크게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모두가 주의하면서 입구에는 손 세정제가 여러 개 놓여 있습니다.
일찌감치 식당으로 내려갔는지 예식장 안이 차분합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좋아 보입니다.
주례 선생님을 모시지 않고 신부 아버지가 한 마디 하고, 이어서 신랑 아버지가 인사를 합니다.
그러더니 축가 순서가 되자 신랑이 노래를 부릅니다.
아내를 위해 무진장(?) 연습을 했답니다.
별도로 축가 순서는 없습니다.

주례 선생님이 없으니 신랑 친구인 사회자가 이끌어 갑니다.
가끔은 웃기기도 하고 때론 실수도 합니다.
긴장했는지 신랑 아버지가 인사말을 하다가 잠깐 숨돌리는가 싶더니,
사회자가 신랑 신부에게 ‘아버님께 인사를 하라’고 멘트를 합니다.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신랑 아버지의 인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잔잔한 웃음이 식장을 흔듭니다.
그렇게 예식이 끝나고 하객 중에 동창들이 모였습니다.
이름도 가물가물 한데 일단 얼굴만은 모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홀쭉해진 친구가 있는 가하면 두 배는 몸집을 불려 나타난 친구도 있습니다.

이제는 이야기의 중심이 자식들 결혼 문젭니다.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쨌든 경사로 만나는 꼬맹이 친구들이 반갑기만 합니다.
서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코흘리개 시절이 은막으로 흐릅니다.
잠깐 모이자는데 움직임이 느릿해졌습니다.
어슬렁 합니다.

‘거기 그늘 밑에는 어르신들 자리 아녀’
‘이젠 우리도 기여!’

한바탕 웃습니다.
하긴 온통 흰머리가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소중한 기억들 때문에...

다시 소중한 것으로 다가와 내게 말을 건다.
예전에 내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 느꼈던 것들이다.
나비 채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던 소년 시절,
양철로 만든 식물 채집통,
부모님과 함께했던 산책,
여동생의 밀짚모자 위에 꽂혔던 달구지 국화가 생각난다.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싶다.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

- 헤르만 헤세의《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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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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