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이 안 왔는데요?”

짐 표는 있나요?”

당연하죠여기요

여기에다 호텔 주소를 적어 주세요

바로 확인되나요?”

확인 되는대로 연락 드립니다

가방 안 오면 큰 일 나는데~”

일단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됩니다확인 되는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거야 원!”

한국 주소도 적어 주세요

가방이 어딘가에 있기는 하나요?”

아직은 모릅니다

꼭 좀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갑작스런 출동(?)이지만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동행하는 일행들을 잘 이끌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해외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각종 필요한 물품은 물론이고 개인 짐까지 해서 평상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커다란 가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망설이다가 컴퓨터까지 챙겼습니다.

당연히 충전하는 잭도 챙겼습니다.

새로 산 면도기도 망설이다가 빠르게 면도해야 할 시간적 여유를 위해 챙겼습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도와줄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해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옷도 기후의 변화를 고려하여 무지막지하게(?) 챙겼습니다.

 

일행 중에는 지긋한 연세의 연장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나름 단단한 각오를 하고 장도(?)에 올랐습니다.

예상은 했으나 과도한 장거리 비행이 벌써부터 일행들은 지쳐 보입니다.

더군다나 입국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적지 않게 흘러야만 했습니다.

때마침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려드는 가운데 입국심사의 정도가 심하다 못해 마치 범법자 심문하는 것 같습니다.

겨우 심사를 마치고 입국을 하고 보니 이미 일행의 짐들이 가지런히 내려져 정리까지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가방이 안 보입니다.

제 것만 보이지 않습니다.

 

기간 중 각종 필요도구가 가득 담겨져 있는 가방이 안 보입니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우선 마음의 안정부터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흔한 영어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항의는 커녕 분실 신고조차 황당하기만 합니다.

본토의 원색적인 질문에 겨우겨우 응대하면 분실물 신고만 겨우 마쳤습니다.

그나마 그것만으로도 태산을 정복한 기분입니다.

늦은 입국으로 인해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자정이 다가옵니다.

 

다행히 현지에서 도와주는 가이드가 일사천리로 각방 분산을 주도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일행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뎅그라니 로비에 있자니 우선 칫솔부터 필요했습니다.

황당한 일이 닥쳤는데 의외로 담담하기만 합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태산입니다.

밧데리 충전부터가 급선무입니다.

면도를 비롯하여 기후에 따른 옷가지 변화는 상상이 안 됩니다.

아무래도 비상사태 선언을 해야겠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점점 적응해 가리라 믿습니다.

그나마 각종 티켓과 현금을 손가방에 넣은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피나는 고통의 시작입니다.

 

고통은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자연 상태에서 사는 금붕어는 1만 여 개의 알을 낳고,

어항 속에 사는 금붕어는 3-4천 개의 알밖에 낳지 못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어항이 고통이라는 자연법칙의 진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고통이라는 밥과 상처라는 국을 먹지 못한다면

나는 가을날 서리 맞은 들풀처럼 시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

 

정 호승(우리가 어느 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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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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