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클럽의 영원한 고수 신뽀리가 춘천 가을의 전설에 이어 일주일 만에 또다시 써브 쓰리를 했습니다"

"와아~"

"~제주 우도 마라톤 대회 대회장을 맡은 성래가 써브 포를 했습니다"

"우 와아~"

"성래는 대단한 건디 한마디 해야 쓰겄다"

"나가 말여처음 마라톤 할 적에 5시간 48분 걸려 골인 했잖여~, 근디 115번째 만에 최고 기록 쏴버렸다야~"

"선기는 어제 그렇게 술을 푸고도 325한다 드니 해버렸다네박수~"

"비법이 뭐여어캐하믄 그렇게 되는겨?"

"그게 그런 게말여!~ 처음에는 325도 어렵다 생각혔지그란디 쟤를 만나구서부터 발동이 걸려 부렸쓰야~"

"그라도 그게 맘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여?"
"
그런 게 나도 모르지정확히 말 하믄 3시간 23분대여!"

"대단하다 대단혀어제 그렇게 술을 펐다며?"

"영재도 한껀 했어야~"

"영재도 써브 쓰리 혔는가?"

"영재는 4시간 25분대여!"

"그거도 엄청난 거여!"

"그런데 얘네들이 낼 모레믄 다 환갑이여환갑~"

 

"참말로나는 명함도 못 내밀 것꾸만?"

"그래도 오늘은 빨리 들어 왔잖어?"

"제한 시간 안에는 들어왔지~"
"
그라믄 됐제~"

"그렇지?"

 

중간에 열심히 응원하더니 마지막 주자까지 다 보살피고 끝난 뒤 풀이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마다 자기 소리 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총무가 '박수 세 번' 하니까 전부 움찔합니다.

무용담을 넘어 자기 자랑하기 바쁩니다.

지난 주 [가을의 전설]부터 시작해서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났으면서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 합니다.

사실은 하루 전날에도 자녀 결혼식 때문에 대부분이 얼굴을 맞댄 친구들입니다.

빨리 골인한 친구들은 이미 샤워까지 마치고 말끔히 옷까지 갈아 입었지만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겉옷만 걸치고 참석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잠실 운동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 가능했습니다.

주로 에서 이미 만났던 차라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열정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거나하게 몇 순배 돌아가니 이야기의 순서가 뒤죽박죽 됩니다.

저마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라 합니다.

그래도 즐겁기만 한 모양입니다.

부족한 것 없이 계속해서 빈 불 판이 채워지고 알콜의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급기야는 밥 먹을 사람까지 찾습니다.

결국 불 판에 볶음밥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날 열심히 기도했다는 친구가 있다고 하던데 무슨 말인가 했더니 기도하는 사람 또 나타났습니다.*^-^*

달리면서 힘들었으니 주()(?) 만나고 은혜(?)까지 받았는가 봅니다.

 

혼자서 콜라와 사이다만 비우다 보니 급(?) 생뚱 맞은 낙동강 오리 알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서히 끝날 것 같은 분위기가 맴도나 했더니 한 명이 또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머리 수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전주 가는 막차까지 놓쳤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합니다.

아무래도 얘네들 또 막차 놓칠 것 같습니다.

속 마음 하나 어지간히 편한가 봅니다.

조용히 사라져야 했습니다.

 

그래도 금년 들어 가장 좋은 성적 냈습니다.*^-^*

백열등이 사라진 지 오래고 LED 전등이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는 사이에 백 열 번(110) 완주했습니다.

소아암 어린이 돕기 후원계좌에 또 입금했습니다.

1m 1원이니 42,195원입니다.

천천히 느림보지만 소복히 쌓여 갑니다.

적어지긴 했지만 동행하는 사람들이 몇 명 더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전략)

 

밤 늦은 시간까지 잔업을 하고 나면

소금 뿌린 배추마냥 온몸이 흐느적거렸습니다.

차라리 부서지고 싶었습니다.

자정 넘어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동료들과 함께 공장 앞 허름한 분식집으로 몰려가기도 했습니다.

백열등 노란 전구 알 아래 앉아

친구는 따라지 인생이 분하고 서럽다며

기름때 절은 주먹을 물어 뜯기도 했습니다.

작업반장님은 며칠째 어린 딸 얼굴도 못 봤다고

훌쩍훌쩍 울기도 했습니다.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싶다고 모두들 말했습니다.

하지만 작업복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후략)

 

이 철환 작가(연탄길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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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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