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문화센터에도 안 가셔?

“아무데도 안 가신대요”

“아니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다니던 것을 왜 그만두셔?

“그러니까요오히려 더 활기차게 움직이고 이겨내야 하는데~

“아이참아직도 아무한테 이야기하지 말랬대?

“그렇대요이야기 하지 말랬대요”

“그럼 어떻게 할껀데?

“아마 수술 일정이 잡혔다나 봐요”

“언제 하는데?

“이달 말이래요”

“이겨내야 할 텐데~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걱정 이예요”
“그러게처형이 많이 힘들겠네?

“이젠 잔소리도 못한대요”

 

가장 가깝게 지내던 윗동서가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 놓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해는 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데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응원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순리대로 받아 들일 것은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래도 뭔가 노력하면서 받아들여야지 그냥 무너지면 안 됩니다.

 

난생처음 건강검진을 했답니다.

당연히 늘 그랬던 것처럼 건강하다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은퇴 후에도 문화센터에 아침 일찍부터 나가 하모니카도 배우고 매사에 열심이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자랑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활력을 잃고 침울해지고 만 것입니다.

나이 들면 대충 함께 해야 할 불청객(?)이 찾아온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 좋을 텐데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 것 같습니다.

다니던 문화센터에도 당장 발길을 끊고 집에만 은둔해버렸습니다.

처형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고 수술 후에나 만나자’고 했답니다.

 

베트남 파병 용사로서 그 또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아마 보훈병원에서 수술을 하는 모양입니다.

일정을 기다리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나이차가 많아도 그냥 촌수대로 형님이라 불렀지만 연배가 한참 위에 계십니다.

그래도 항상 친구처럼 대화의 물꼬를 터서 만남자체가 즐겁기만 했습니다.

불현듯 찾아온 불청객으로 인해 웬지 소원해지는 느낌이 밀려옵니다.

수술이 잘 되고 항암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언제나 만나면 고향 같고형님 같고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어찌 보면 긴 세월 수많은 일터에서 몸으로 버텨온 인생이 세월과 함께 서서히 허물어져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제서야 발견하고 늦은 뒤처리에 아쉬움만 듬뿍 묻어 나옵니다.

하지만 형님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만나면 베트남 정글에서 살아남은 무용담을 들려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러면 삶에 대한 자신감이 펄떡 살아날 것 같습니다.

베트콩의 빗발치는 총알도 피했다던데~~~

 

고향을 다녀오니...

 

고향은 큰 화로와 같습니다.

누구든 이 큰 화로를 갖고 있습니다.

고향에 가면 은연중에 입은 내상이 치유됩니다.

눈매도 서글서글해집니다.

두고두고 보아도 이 일은 참으로 신통하고 묘합니다.

그러니 고향은 의사 가운데서도 제일의 명의입니다.

 

문 태준의《느림보 마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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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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