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자부심

모닝레터 2015. 12. 9. 06:52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 나를 통해야만 하는 겨!

“그러네?

“나가 말여외국 사람들도 무자게 만나잖여!

“모르는 사람들이 물어보겠지?

“웬만한 영어나 일본어도 하잖어내가!

“그건 언제 배웠어?

“맨날 하다 보니께 늘었지~

“대단하네?

“이래뵈도 여기선 내가 대빵이여!
“맞아맞아니가 대빵이다”

“저기 저 사람들은 우리 직원이 아녀!

“그렇지 요즘은 전부 아웃소싱 하잖아?

“저 회사 사장도 나한테 꼼짝 못해!

“군기 잡는 거야?

“군기 그런 거 안 잡어!

“근데 왜 꼼짝 못해?

“내가 평가를 잘 해줘야 계속 계약이 되잖어!

“끝빨 좋네?

“끝빨은 무슨?

 

키도 크고 덩치도 듬직한 초등학교 친구는 코를 자주 흘렸습니다.

가방에는 책이 한 권이나 들었는지 늘 가쁜 해 보였습니다.

그나마 남들 가방보다 훨씬 작은 가방이라 덩치에 비해 생뚱(?)맞았습니다.

공부는 늘 외면하는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구슬치기를 해도 욕심이 없어 늘 잃기만 했습니다.

놀이를 하면 날렵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냥 조용하게 차분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 친구가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을 우연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성은 다르지만 친구 이름이 우리 어머니 이름과 똑같아서 잊혀지지 않는 친구입니다.

산행을 하려고 주차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이 친구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대학교 정문 수위실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양복이 아주 멋있게 어울렸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서로 그냥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해준 친구가 고맙지만 웃음부터 나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엄청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위실 앞에 차를 대면 걱정 없다고 언제든지 주차해도 된답니다.

이런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산행을 잊고 잠시나마 오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그 뒤로 산행을 할 때마다 늘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하루 24시간 근무하고 그 다음날은 쉬기 때문에 언제나 사전에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둘이 교대로 근무하니까 동료에게도 소개해주어서 사실상 언제든지 가능했습니다.

점심 도시락을 쌀 때 아내는 1인분을 더 준비합니다.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경비원 개그맨과 키나 덩치나 모두 비슷해서 한참 웃기도 했습니다.

말까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나 봅니다.

최근에 학교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만났는데 곧 정년이랍니다.

정문에서 캠퍼스 안으로 근무지도 이동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뒤로 산행이 다른 곳으로만 했던 것 같습니다.

만날 때마다 자신의 동료에게 자랑스런 친구로 소개해주니 덩달아 우쭐해지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는 영원한 친구입니다.

1년 전 아들이 결혼해서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답니다.

 

정당한 자부심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얻는 축복은 그야말로

귀중하지만 이것은 내면의 축복이다.

자부심이란 자신에 대한 정당한 사랑이며,

이런 사랑을 정당화하는 것은 남들의 인정을

받든 말든 진실한 탁월성이나 재능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 선영(무엇이 탁월한 삶인가)중에서 -

Posted by 더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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